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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달라졌다?… 野와 다툼도 없다, 장관보폭 넘는 지방행

중앙일보

입력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최근 일주일 새 전남, 제주 등 전국 각지를 돌았다. 외국인 근로자 공급과 제주 4.3 사건 재심청구 등과 관련한 업무 일정 외에도 경제인 단체 행사에서 '기업의 역할'을 강연하는 등 통상적인 법무부 장관의 보폭을 넘는 정책 행보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일 전남 영암 현대삼호중공업을 방문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법무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일 전남 영암 현대삼호중공업을 방문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법무부

한동훈 "국민 잘 사는 일에 여야 마음 같아야" 

 전남 영암 조선소 방문→김영록 전남도지사와 면담→제주 4.3사건 직권재심 진행상황 점검→대한상공회의소 주최 포럼 특별강연. 한동훈 장관의 이번주 일정이다. 그동안 한 장관은 지난 5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출입국시스템을 점검하고, 지난해 미국 연방수사국(FBI) 방문차 해외출장을 다녀온 정도 외에는 대외 활동이 거의 없었다. 언론사 초청행사에 간혹 나타나기도 했지만, 인사말을 하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이번주 행보는 파격이라 할 만하다.

한 장관의 전남행은 1박 2일로 진행됐다. 한 장관은 10일 안전모를 쓴 채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 공장을 둘러보고 회사 임원진과 간담회를 가졌다.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4개국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 건의사항을 듣는 자리도 이어졌다. 조선업 구인난 관련 외국인 노동력 정책을 점검한다는 취지였다.

이튿날엔 전남도청을 방문해 김영록 지사와 만났다. 김 지사가 지난해 법무부를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 차원이다. 다만, 이번엔 법무부가 전남도청에 먼저 일정을 제안했다고 한다. 전남도 관계자는 “법무부가 고맙게도 먼저 연락을 줬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 자리에서 “어제 삼호중공업을 갔는데 수주 물량이 많음에도 인력이 없어 납기일을 맞추기 어려운 절실한 상황이었다. 지금은 물 들어오는데 노 저을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을 잘 살게 하려고 하는데 여당과 야당의 마음은 같아야 한다. 김 지사님과 저도 그 선의로 함께 일하겠다”고도 했다.

한동훈 장관이 11일 전남도청을 방문해 김영록 도지사와 면담했다. 지역특화형 비자, 계절근로자 등 정책이 논의됐다. 사진 전남도청

한동훈 장관이 11일 전남도청을 방문해 김영록 도지사와 면담했다. 지역특화형 비자, 계절근로자 등 정책이 논의됐다. 사진 전남도청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 지사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지냈다. 김 지사는 법무부 역점 사업인 ‘이민청’ 설치 필요성을 언급하며 한 장관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비공개 면담에서 어떤 얘기를 나눴나’는 중앙일보 질의에 김 지사는 “공개된 발언 외에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고 답했다.

“진영논리 초월하겠다” 4·3 피해자 명예회복에 중점

 통상 업무로 복귀한 한 장관은 곧이어 제주 1박 2일 일정을 시작했다. 14일 검찰 산하 제주 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을 찾아 피해자 명예회복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한 장관은 “ 70여년 전 4·3 당시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분들이 많다. 이분들의 한을 풀기 위해 ‘더 할 게 없다’고 할 때까지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4·3사건 피해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은 주로 더불어민주당 몫이었다. 그러나 한 장관은 지난해 “진영논리를 초월하겠다”며 기존 ‘군법회의 수형인’에 한정돼 있던 직권재심 청구범위를 ‘일반재판 수형인’까지 확대했었다. 한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이 해결방안을 언급하며 이념적 유연성을 드러냈다.

기업인 500여명 앞에서 '특별강연'

한동훈 장관이 10일 조선소 외국인 근로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근로자들은 "한국에서 취업 기회가 더 많았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사진 법무부

한동훈 장관이 10일 조선소 외국인 근로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근로자들은 "한국에서 취업 기회가 더 많았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사진 법무부

 주말인 15일 한 장관은 경제인들 앞에 강연자로 나선다. 강의 주제가 ‘경제 성장을 이끄는 법무행정과 기업의 역할’이다. 대한상의 측에 따르면, 이 행사엔 전국 대중소기업인 550여명이 참석한다고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무위원 자격으로 가는 건 아니고, 법무부 장관으로서 제언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요즘 들어 민주당과 입씨름하는 모습도 크게 줄었다. 지난달 12일 돈봉투 사건 관련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로는 직접 충돌이 없는 상태다. 국회에서도 주로 정책 내용이 논의되며 민주당 의원들과 마음이 맞는 모습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0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한 장관은 동성혼을 포함해 ‘가족’의 범위를 넓히자는 생활동반자법에 대해 “한 단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가는 가족 개념을 도입하는 면이 있다. 국민들께서 어떻게 생각하시고 이를 받아들이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한 장관이 ‘우리 사회 가족관계에 대한 한 단계 다른’ 이라고 표현했다. 상당히 유의하면서 말해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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