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병동 전체 불 꺼졌다…총파업 돌입한 양산부산대병원 가보니 [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경남 양산부산대병원 응급실 진료 차질을 알리는 안내문에 세워져 있다. 송봉근 기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경남 양산부산대병원 응급실 진료 차질을 알리는 안내문에 세워져 있다. 송봉근 기자

“119 긴급 이송 요청이 와도, 대부분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키고 있다.”

13일 오전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지하 1층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만난 의료진이 한 말이다. 그는 “정말 위급한 상황이거나 간단 처치 가능한 환자만 받고 있다”며 “입원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응급의료센터 앞엔 “일반병동 폐쇄로 입원 불가”라고 적힌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하지만 “입원할 응급상황이 되면 어떡하냐”며 불안해하는 환자 보호자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80대 아버지를 모시고 응급실을 찾은 오모(60대)씨였다. 오씨는 “아버지가 5주째 관을 꽂고 있는 옆구리가 아파 CT도 찍었다”며 “혹시 입원할 상황이 생기더라도 입원이 어렵다고 안내 받아 불안하다”고 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첫날 진료 차질이 발생한 양산부산대병원 모습이다. 부산 서구에 있는 부산대병원 본원도 사정은 비슷해, 풍선효과처럼 인근 병원에 구급차와 환자가 몰리고 있다고 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첫날인 13일 오후 부산 서구 동아대병원 응급실에 환자를 태운 구급차들이 몰려 들고 있다. 송봉근 기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첫날인 13일 오후 부산 서구 동아대병원 응급실에 환자를 태운 구급차들이 몰려 들고 있다. 송봉근 기자

노조 총파업 첫날…환자·간호사 없이 텅 빈 병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경남 양산부산대병원 찾는 환자가 없어 썰렁하다. 송봉근 기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경남 양산부산대병원 찾는 환자가 없어 썰렁하다. 송봉근 기자

이날 양산부산대병원 입원·퇴원 수속 데스크는 한산했다. 전날 ‘퇴원 러시’로 북적이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외래 수속 데스크 앞에만 진료를 받으려는 몇몇 환자만 보일 뿐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평소 한 번에 수십명이 붐비는 곳인데, 이렇게 사람이 없는 것은 처음”이라며 “파업으로 수술·검사·입원 등 정상 진료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경남 양산부산대병원 찾는 환자가 없어 썰렁하다. 송봉근 기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경남 양산부산대병원 찾는 환자가 없어 썰렁하다. 송봉근 기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경남 양산부산대병원 로비에 진료 차질을 알리는 안내문이 흐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경남 양산부산대병원 로비에 진료 차질을 알리는 안내문이 흐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일반병동 병실도 거의 비었다. 병원 측이 파업에 따른 진료 차질에 대비, 입원환자를 퇴원·전원 조치했기 때문이다. 중환자나 고위험 산모, 신생아와 전원할 다른 병원을 찾지 못한 일부 환자만 입원해 있다고 한다.

병동 앞 복도도 휑했다. 한 청소 노동자는 “평소엔 입원 환자가 운동 삼아 걸어 다니곤 했는데 오늘은 아무도 없다”며 “나이 드신 환자분이 가끔 바지에 실례하면 서둘러 청소할 때도 있었는데, 오늘은 일거리가 없다”라고 했다.

병동 전체 불 내려…전원 꺼진 컴퓨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부산 서구 부민동 부산대병원 입원실이 텅비어 있다. 송봉근 기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부산 서구 부민동 부산대병원 입원실이 텅비어 있다. 송봉근 기자

간호사 등 보건의료 인력이 없어 내시경실 등 일부 과는 아예 문을 닫았다. 평소 안내보조·휠체어 대여 등 업무를 맡던 자원봉사자가 일반병동 출입 관리를 맡고 있기도 했다. 병원 안내데스크에는 팀장급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부산대병원 본원도 마찬가지였다. 본원 6층 한 병동은 입원 환자가 없어 불을 끈 상태였다. 환자 정보를 관리하던 컴퓨터도 전원이 꺼져 있었다. 본원 20여개 병동이 모두 비슷한 상황이라고 한다. 본원에는 현재 중환자실과 일반병동 등에 250여명의 환자만 입원해 있다. 평소 1100명 정도 입원해 있던 것과 비교하면 22.2% 수준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부산 서구 부민동 부산대병원 입원실이 텅비어 있다. 송봉근 기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부산 서구 부민동 부산대병원 입원실이 텅비어 있다. 송봉근 기자

양산부산대병원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의료 인력 부족으로 정확한 현황 파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일반병동 입원 환자 중 다른 병원에 전원하지 못한 환자를 한곳에 모아 통합병동을 꾸렸다”고 했다.

부산대병원 파업은 장기화할 수도

보건의료노조는 13일부터 이틀간 총파업에 나섰다. 전국 140여개 의료기관 조합원 4만5000여명이 참여한다. 보건의료인력을 확충하고 직종별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하라는 게 이들 요구다. 특히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는 본원과 양산부산대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등 조합원 3500명 가운데 80% 정도가 파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전국보건의료노조 파업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 경남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내에 ″총파업 승리! 끝까지 간다!″라고 적힌 노조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안대훈 기자

전국보건의료노조 파업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 경남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내에 ″총파업 승리! 끝까지 간다!″라고 적힌 노조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안대훈 기자

부산대병원 파업은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산대병원에 따르면 병원과 노조는 임단협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10% 이상 임금 인상과 인력 160여명을 충원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비정규직 500여명을 모두 직접 고용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것 또한 노조 요구다.

문재인 정부 때 전국 국립대학병원 13곳 중 12곳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부산대병원에선 합의를 보지 못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