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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밤'만큼 화끈하다…물싸움, 머드세례, 그리고 새빨간 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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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지역축제가 벌어진다. '정남진 장흥 물축제'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외국인 참가자들 모습. 사진 장흥군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지역축제가 벌어진다. '정남진 장흥 물축제'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외국인 참가자들 모습. 사진 장흥군

덥다고 방구석에만 있기엔 아까운 여름이다. 올여름 남다른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지역 축제에 눈을 돌려보시라. 무더위가 기승이지만, 전국 방방곡곡이 축제 열기로 뜨겁다. 엔데믹 분위기를 타고 대규모 축제가 연달아 막을 올릴 참이다. 보령머드축제나 장흥정남진물축제는 온몸으로 여가를 즐기는 행동파에게 안성맞춤한 축제다. 맛에 민감한 미식가라면 봉화은어축제나 섬진강재첩문화축제가 딱이다. 올여름 주목할 주요 축제를 추렸다.

시원하게, 물에서 놀자

장흥 읍내에서 펼쳐지는 '살수대첩 거리 퍼레이드'. 정남진 장흥 물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11개 읍면동동의 주민과 참가자들이 한데 어우러져 물싸움을 벌인다. 손민호 기자

장흥 읍내에서 펼쳐지는 '살수대첩 거리 퍼레이드'. 정남진 장흥 물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11개 읍면동동의 주민과 참가자들이 한데 어우러져 물싸움을 벌인다. 손민호 기자

‘워터밤’ ‘흠뻑쇼’ ‘워터워즈’ 등 물 테마 페스티벌이 20대 젊은 층에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름은 달라도 물놀이와 음악이 함께 한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워터밤 못지않게 화끈하고 시원한 지역 축제도 있다. 전남 장흥 ‘정남진 장흥 물축제(7월 29~8월 6일)’가 그러하다.

물축제가 시작하는 29일 장흥 읍내는 그야말로 물의 세상이 된다. 오후 1시부터 장흥군민회관에서 탐진강 장흥교 주차장까지 이어지는 800m 거리에서 ‘살수대첩 거리 퍼레이드’를 벌인다. 11개 읍·면·동의 주민과 지역상인, 공무원이 물총과 물 풍선, 양동이 등으로 무장하고 나와 축제 참가자에게 물 세례를 퍼붓는다.

퍼레이드 행렬이 탐진강에 도착하면 신나는 음악에 맞춰 물싸움하는 일명 ‘지상 최대의 물싸움’도 펼쳐진다. 명심해야 할 것. 퍼레이드와 물싸움은 온몸이 흠뻑 젖을 준비가 돼 있을 때 참가하는 게 좋다. 그냥 구경만 하려다 물 세례를 받는 관광객이 한둘이 아니다. 하여 여벌의 옷은 물론이고 물총도 필수다. 나만 당할 수는 없어서다.

축제에는 장흥을 가로지르는 탐진강과 장흥댐의 물을 끌어올려 사용한다. 장흥군 관광과 전희석 팀장은 “예년보다 많은 비로, 현재 장흥댐 저수율이 50%에 이른다”며 “식수나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 없이 축제를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랭이를 이용한 ‘섬진강 재첩잡이’. 우리나라 어업 분야 최초로 유엔식량농업기구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된 어로 문화다. 하동 섬진강 문화 재첩축제에서도 체험해 볼 수 있다. 사진 하동군

거랭이를 이용한 ‘섬진강 재첩잡이’. 우리나라 어업 분야 최초로 유엔식량농업기구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된 어로 문화다. 하동 섬진강 문화 재첩축제에서도 체험해 볼 수 있다. 사진 하동군

물놀이도 식후경이다. 재첩의 고장 경남 하동에서는 ‘하동 섬진강 문화 재첩축제(8월 3~6일)’가 벌어진다. 재첩은 강 밑바닥에 서식하는 민물조개로 섬진강 하구에 주로 서식하는데 담백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2020년 8월 섬진강 홍수 이후 생산량이 대폭 줄었으나, 최근 생산량이 크게 회복되면서 축제도 부활했다. 하동군 수산과 관계자는 “2021년은 재첩 연 생산량이 178t밖에 안 됐는데, 올해는 생산량이 이미 350t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축제 기간 섬진강변과 화개장터의 식당가와 축제 먹거리 장터 등에서 재첩을 활용한 다양한 향토 음식을 판매한다. ‘섬진강 재첩잡이’도 체험해볼 수 있다. 옛 방식 그대로 직접 강에 들어가 ‘거랭이’라는 도구로 강바닥을 긁으면서 재첩을 채취한다. ‘섬진강 재첩잡이(손틀어업)’는 이달 우리나라 어업 분야 최초로 유엔식량농업기구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도 등재됐다.

봉화은어축제는 7월 29일 시작한다. 축제 기간 내성천에서 갓 잡은 은어를 구이나 회를 즐길 수 있다. 사진 봉화군

봉화은어축제는 7월 29일 시작한다. 축제 기간 내성천에서 갓 잡은 은어를 구이나 회를 즐길 수 있다. 사진 봉화군

‘봉화은어축제(29일~8월 6일)’도 있다. 경북 봉화를 관통하는 내성천에서 축제 기간 매일 3~5차례 은어 반두잡이, 은어 맨손잡이를 체험해볼 수 있다. 반두는 그물 양 끝에 대나무 손잡이를 단 어로 장비다. 장비를 쓰든 안 쓰든 최대 20마리(반두 1시간, 맨손 30분 제한)까지 채취가 가능하다. 잡아 올린 은어는 먹거리 장터에서 회나 구이로 바로 맛볼 수 있다.

최근 지역축제에서 ‘바가지요금’ 논란이 컸던 만큼 전국 음식 축제 대부분이 먹거리 만족도 향상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문체부는 오는 18일부터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를 통해 지역축제의 먹거리 가격을 공개한다. 음식 정보 제공에 소극적이고 바가지요금으로 논란을 일으키는 축제는 내년 지원 사업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화끈하게, 온몸으로 뒹굴자

지난해 보령머드축제에 참가한 외국인 모습. 지난해에는 120만 명 이상이 축제를 찾았다. 백종현 기자

지난해 보령머드축제에 참가한 외국인 모습. 지난해에는 120만 명 이상이 축제를 찾았다. 백종현 기자

진흙을 온몸에 뒤집어쓰고 서로에게 진흙 세례를 퍼부으며 스트레스를 날린다. ‘보령머드축제’는 올여름 더 규모를 키웠다. 코로나 확산 전 10일에 불과했던 축제 기간을 17일로 대폭 늘렸다. 올해는 오는 21일부터 8월 6일까지 이어진다. 대천해수욕장 머드광장 외에 인근 해양머드박람회 부지까지 축제 무대도 넓혔다. 보령 천북면 지역에서 채취해 가공한 머드를 300t 이상 투입할 예정이다.

축제의 꽃인 머드체험존은 테마파크를 방불케 한다. 머드슬라이드‧머드런‧머드밤‧장애물체험 등 갖가지 놀이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대대로 참가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시설은 대형 머드탕이다. 지름 15m 대형 머드탕에서 팀을 나눠 보물을 찾는 게임을 벌이는데, 지는 팀은 10여 초 동안 머드 세례를 받아야 한다. 머드와 물대포, 공연이 함께하는 ‘머드 몹신’도 더위를 날리기 좋은 프로그램이다. 패밀리존에는 올해 처음 반려견 체험 공간이 생겼다. 반려견과 반려인이 함께 들어갈 수 있는 머드탕과 수영장 이용은 물론이고 반려견 전용 머드 화장품도 체험해볼 수 있다.

대천해수욕장 인근 머드박람회장 부지에 축제 기간 물놀이 시설이 대거 들어선다. 백종현 기자

대천해수욕장 인근 머드박람회장 부지에 축제 기간 물놀이 시설이 대거 들어선다. 백종현 기자

보령머드축제는 머드를 주제로 한 이색 축제로 세계에도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축제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한 채 축제를 즐겨야 했던 작년에도 120만 명이 넘게 방문했다”며 “올여름에는 축제 열기가 더 뜨거울 것 같다”고 말했다.

온몸에 빨간 물을 들이는 ‘화천토마토축제(8월 3~6일)’도 있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파지 토마토를 이용해 각종 체험 행사를 벌이는 축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0t이 넘는 토마토가 관광객을 기다린다. 토마토를 가득 채운 풀장에서 금반지를 찾는 ‘황금 반지를 찾아라’가 대표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금반지 40여 개(총 34돈)를 투입할 예정이다. 900㎡(약 270평) 크기의 풀장에 많게는 300명이 들어가 금반지를 찾아 다닌다. 올해는 모두 5차례 금반지 찾기가 예정돼 있다.

화천토마토축제 '황금반지를 찾아라' 행사. 토마토로 가득한 풀장에 한꺼번에 들어가 금반지를 찾는 프로그램이다. 최승표 기자

화천토마토축제 '황금반지를 찾아라' 행사. 토마토로 가득한 풀장에 한꺼번에 들어가 금반지를 찾는 프로그램이다. 최승표 기자

전국 주요 여름축제. 김영옥 기자

전국 주요 여름축제. 김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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