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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블리자드 ‘세기의 빅딜’ 기사회생…미국 방지턱 넘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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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게임 왕국’ 야심이 실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90조원 규모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시도를 MS의 반독점법 위반으로 보는 미 경쟁 당국과 소송에서 MS가 승리하면서다.

마이크로소프트 주요 인수합병 회사

마이크로소프트 주요 인수합병 회사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연방 법원은 이날 MS가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89조원)에 인수하려는 계약을 중단하게 해 달라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가처분 소송을 기각했다. FTC는 그동안 두 회사의 합병으로 MS가 향후 시장 확대를 노리는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 독점이 발생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특히 MS가 블리자드를 합병한 뒤, 콘솔 게임 이용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지식재산(IP)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경쟁사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소니 콘솔기기)에 공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MS는 지난해 12월 “블리자드 인수 후에도 콜 오브 듀티 라이선스를 소니와 닌텐도 등에 최소 10년간 보장하겠다”고 했다.

가처분 신청의 판결을 담당한 재클린 스콧 콜리 판사는 이날 “100만 장 가까운 문서와 30차례의 증언이 있었지만, FTC 측은 MS가 콜 오브 듀티를 플레이스테이션에 공급하겠다는 공개 선언을 반박할 단 한 개의 문서도 가져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MS와 블리자드의 인수합병을 승인했다. 같은 달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도 “기업결합 심사 결과 국내 게임 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없다”며 조건 없이 승인했다.

이날 미 법원의 판결에 따라 ‘세기의 빅딜’은 기사회생했다. MS 측은 지난달 법원이 FTC의 손을 들어줄 경우 블리자드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혀, 거래 무산 가능성마저 제기됐었다. MS가 패소할 경우, 항소하더라도 법정 공방이 길어져 인수시 이득보다 손해가 더 클 것이란 계산에서다.

큰 걸림돌을 제거한 MS의 게임 시장 행보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MS는 2014년 글로벌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제조사 ‘모장(Mojang) 스튜디오’를 25억 달러(약 3조23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2020년 또 다른 대형 게임사 ‘제니맥스(베데스다)’를 75억 달러(약 9조7000억원)에 사들이며 게임 산업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90조원에 달하는 블리자드 인수까지 마무리하면 MS는 중국의 텐센트, 일본의 소니에 이어 매출 기준 세계 3대 게임사에 올라선다. 게임시장 조사업체 뉴쥬에 따르면 이날 기준 MS와 블리자드의 순위는 각각 4위와 8위다.

FTC가 법원의 결정에 항소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더글러스 패러 FTC 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양사의 합병이 클라우드 게임 시장, 게임 구독서비스, 콘솔기기 시장에 명백한 위협이 되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며 “소비자를 보호하고 경쟁을 보존하기 위한 다음 단계 조치를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경쟁 당국과의 싸움도 변수다. 앞서 지난 4월 영국 시장경쟁국(CMA)은 “성장하는 클라우드 게임 시장의 미래를 바꿀 수 있고, 영국 게이머의 선택 폭이 줄어들 것”이라며 MS·블리자드 인수를 허가하지 않았고, MS는 영국 법원에 항소했다.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입장문에서 “미국 법원의 결정 이후 우리의 초점은 다시 영국”이라며 “CMA의 우려에 동의하지 않지만, CMA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계약을 수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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