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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이 먼저냐, 하늘길이 먼저냐…광주~부산 항공편의 고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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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최경호 기자 중앙일보 광주총국장
최경호 광주총국장

최경호 광주총국장

2019년 4월 27일 전남 목포역에서는 이색적인 체험 행사가 열렸다. 목포~부산 부전역을 오가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보는 이른바 ‘느림보 열차’ 이벤트였다. 열차가 388㎞ 구간을 달리는 데 6시간 33분이 걸려 느림보라는 이름이 붙었다.

당시 행사는 경전선(慶全線)의 전철화를 촉구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전체 노선 중 광주~순천 구간만 단선인 점도 강조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경전선은 국토의 남부권을 동서로 잇는 유일한 철도다.

김가람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광주공항과 직항노선 개설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부산 김해국제공항. [중앙포토]

김가람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광주공항과 직항노선 개설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부산 김해국제공항. [중앙포토]

경전선은 김영록 전남지사가 주도했던 퍼포먼스 후 상황이 급진전했다. 수년간 표류했던 사업이 그해 12월 20일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총 8조5000억원 규모인 전철화는 광주 송정∼순천 구간이 2028년 완공되면 경전선 전 구간이 마무리된다.

경전선 전철화는 현재 5시간 이상 걸리는 광주~부산 철길을 2시간대로 줄이는 프로젝트다. 광주 송정역에서 순천을 거쳐 부산 부전역까지 최대 시속 250㎞의 열차를 투입한다. 전철화가 이뤄지면 영호남 간 이동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는 만큼 조기 완공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최근엔 철길에 이어 영호남의 하늘길을 열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김가람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광주와 부산을 연결하는 항공편 추진에 나서면서다. 그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국토부 관계자와 만나 부산~광주 직항노선을 논의했다. 광주~부산 직항시대를 열어 지역균형 발전과 영호남 화합을 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광주~부산 항공편 추진에 광주시민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두 지역을 잇는 직항편은 2001년 10월 폐지된 바 있어서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이용객이 50%대에 머물자 광주공항과 부산 김해공항을 오가는 항공기의 운항을 중단했다. 김 최고위원은 “저가항공사에 보조금을 줘 노선이 정착된다면 시장 경쟁력도 확보될 것”이라고 했다.

항공노선 개설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높다. 항공편이 생기면 광주~부산을 1시간 내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두 도시를 오가려면 3시간 30분이 걸리는 고속버스를 타거나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철길 또한 약 5시간 40분이 걸리는 무궁화호가 하루 한 편 운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항공노선 개설에 앞서 명확한 항공수요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수요 예측 없이 노선부터 만들 경우 또다시 보조금만 퍼붓는 애물단지가 될 수 있어서다. 항공편보다는 철도와 고속도로 같은 SOC(사회간접자본) 확충을 먼저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광주~부산 직항노선이 광주공항을 이용한다는 점도 검토해야 할 과제다. 광주공항과 함께 있는 군 공항 이전이 10년이 넘도록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철도와 도로, 항공편을 아우르는 영호남 SOC가 구축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