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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도 찾은 광주비엔날레, 내년엔 서편제로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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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아시아 최대 미술축제인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지난 9일 폐막했다. 사진은 올해 출품작인 팡록 술랍의 ‘광주 꽃 피우다’. 프리랜서 장정필

아시아 최대 미술축제인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지난 9일 폐막했다. 사진은 올해 출품작인 팡록 술랍의 ‘광주 꽃 피우다’. 프리랜서 장정필

“원래 코가 이쪽에 있는 거잖아요?”

지난달 13일 오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김건희 여사가 ‘코 없는 코끼리’(사진)라는 조형물을 가리키며 물었다. 높이 3m인 작품 어디에도 코끼리의 코는 표현되지 않아서다. 그는 큐레이터로부터 코가 없는 이유를 들은 뒤 “네네, (원래) 이렇게 (코가) 나와 있어야…”라며 웃었다.

‘코 없는 코끼리’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대표작 중 하나다. 시각장애 학생들이 청각·촉각·후각을 통해 느낀 코끼리 모습을 엄정순 작가가 조형물로 재해석했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우화에서 착안한 작품은 사회의 편견과 결핍을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 없는 코끼리’.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코 없는 코끼리’.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코끼리 조형물에 손을 뻗은 김 여사는 곁에 있던 강기정 광주시장에게도 만져볼 것을 권했다. 강 시장은 “저는 많이 만져봤다”면서 코끼리를 향해 다가섰다. 이들이 선 조형물 앞에는 ‘이 작품들은 촉감을 느낄 정도로 만져도 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김 여사의 비엔날레 방문은 광주시의 초청을 받아 이뤄졌다. 강 시장이 지난 3월 “비엔날레 개막식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한 게 계기가 됐다. 김 여사는 “광주비엔날레가 온 국민과 세계인이 하나될 수 있는 세계적인 미술축제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비엔날레(Biennale)’는 2년마다 열리는 국제 미술전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이후 첫 개최된 광주비엔날레가 국내·외의 관심 속에 지난 9일 폐막했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를 테마로 한 미술축제장엔 정관계 인사들과 연예인 등이 연일 모습을 나타냈다. 10일 광주비엔날레재단에 따르면 지난 4월 7일 개막한 행사에는 94일간 50만여 명이 다녀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17일 전시장을 찾았다. 전직 대통령이 광주비엔날레를 방문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문 전 대통령은 전시관을 둘러본 후 “광주비엔날레는 광주만의 비엔날레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세계의 비엔날레”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후 처음 열린 아시아 최대 미술축제에는 31개국 79명의 작가가 340여 점의 작품을 내놨다. 이숙경 예술감독이 기획한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는 도가(道家) 근본을 담은 『도덕경(道德經)』에서 따왔다. 물의 회복·순환성을 테마로 지구를 저항과 공존, 연대와 돌봄의 장소로 부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술계 안팎에선 내년 광주비엔날레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광주에서는 그간 짝수 해마다 비엔날레를 치렀으나 제14회 행사가 코로나19 여파로 1년 늦춰졌다. 내년엔 1995년 제1회 행사를 치른 지 30주년 전(展)으로 치러진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지난 5월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을 선임하고 일찌감치 행사 준비에 착수했다. 내년 행사의 주제는 ‘판소리-21세기 사운드스케이프’다. 판소리 형식을 빌려 ‘공간’이라는 테마를 구현한다는 컨셉이다. 부리오 감독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1993)를 보여주며 “내년 행사의 중요한 이미지”라고 강조했다.

오는 9월 7일 개막할 ‘2023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내년 비엔날레의 마중물 성격이 있다. 짝수해마다 광주비엔날레를 여는 광주시가 홀수해에 개최하는 디자인 전문 비엔날레다. 10회째인 올해는 ‘Meet Design(디자인을 만나다)’이라는 주제로 11월 7일까지 열린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는 “물이 흐르듯 차분한 전시를 통해 국내외의 호평을 받은 올해 행사는 인근의 식당과 카페 등 상권 활성화에도 큰 시너지효과를 냈다”며 “내년 비엔날레는 인류 문명사의 담론을 깊이 있게 다루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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