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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의원 37.8도 뙤약볕 도쿄 시위…"방류반대는 차별" 日목소리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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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정오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총리 관저 앞. ‘모두의 바다를 함께 지키자’라는 문구가 적힌 파란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국회의원들이 버스에서 내려 플래카드를 길게 펼쳐 들었다. 이날 오전 한국을 출발해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국회의원단’은 공항에서 바로 총리 관저를 찾았다.

일본 반원전 단체인 ‘사요나라 원전’, ‘평화포럼’ 등과 함께 진행한 이날 집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는 일본을 넘어 전 세계 바다를 오염시키는 반 세계적이고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오염수 해양 투기는 유엔 해양법협약과 같은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오염수를 처리할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해양 방류를 택했다고 비판했다.

10일 일본을 찾은 야당 의원들이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 플래카드를 펼치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의원들이 든 팟말에는 일본어로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말라', '후쿠시마를 잊지 말라' 등이 적혀 있다. 이영희 특파원

10일 일본을 찾은 야당 의원들이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 플래카드를 펼치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의원들이 든 팟말에는 일본어로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말라', '후쿠시마를 잊지 말라' 등이 적혀 있다. 이영희 특파원

주 의원은 이어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한 IAEA의 종합 보고서가 오염수 방류의 면죄부나 정당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핵 폐기물을 바다에 갖다 버리는 것은 일본이 세계 최초라는 점에서 핵폐기물 처리의 아주 나쁜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며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그동안의 핵폐기물 바다 유입을 세계인들에게 사죄하고, 장기간에 걸친 다량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 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에 체류하는 의원단은 민주당 김승남·박범계·양이원영·위성곤·유정주·윤재갑·이용빈·주철현 의원, 무소속 양정숙·윤미향 의원으로 구성됐다. 어민대표 4명과 민주당 농어민위원회 위원들도 동행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손목을 다쳐 불참했다고 의원단은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이 10일 도쿄 지요다구 총리 관저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이 10일 도쿄 지요다구 총리 관저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행한 어민대표 양원택씨도 이날 총리 관저 앞 집회에서 “핵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한다는 소문 만으로도 대한민국 수산업은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일본은 안전성이 담보될 때까지 최대한 방류를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도쿄의 낮 최고 기온은 37.8도까지 오르며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씨를 기록했다. 도쿄와 수도권 등지에는 올여름 처음으로 열사병 경계 경보가 발령됐다. 이날 한국 야당 의원들이 시위에 참여한다는 소식에 총리 관저 인근에는 평소보다 많은 경찰들이 배치됐다. 집회가 끝난 후 발언 내용을 듣던 한 일본인이 “(오염수 방류는) 과학에 기반한 것”이라고 외치며 방류 반대는 후쿠시마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어 의원단은 도쿄 미나토(港)구 롯폰기(六本木)에 있는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 빌딩을 방문해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항의 서한에는 “(오염수 방류로)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대한민국과 태평양도서국가 등은 여전히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성능 신뢰성에 대해 확인할 수가 없고 비계획적인 오염수 유출에 대한 대응 방안 역시 확인할 수 없다”면서 “일본 국민과 인접국인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수 있도록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계획을 철회하고 다른 대안을 모색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항의 서한은 원자력규제위원회 홍보실 직원이 수령했다.

야당 의원들로 구성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국회의원단'이 10일 일본 참의원 의원회관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저지 국회의원단 제공

야당 의원들로 구성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국회의원단'이 10일 일본 참의원 의원회관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저지 국회의원단 제공

이후 의원들은 총리 관저 인근에 있는 일본 중의원 의원회관 주변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를 외치며 연좌 농성을 했다.

의원단은 이틀째인 11일엔 일본의 오염수 방류 반대 그룹인 ‘원전제로 재생에너지 100’ 의원 모임을 만나 공동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12일에는 일본 주재 외신기자 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도보 행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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