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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제조업 경기 나아졌어도 ‘흐림‘…투자·수출 회복, 내년에 무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일 인천신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모습. 뉴스1

지난 2일 인천신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모습. 뉴스1

올 2분기 국내 제조업 경기가 연초보다 좋아졌지만, 여전히 ‘흐림’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제조업체들은 고물가로 인한 비용 부담이 제일 크다고 밝힌 가운데, 투자·수출은 내년 이후 본격적으로 회복할 거라는 데 무게를 실었다.

9일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국내 제조업체 150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전 분기 대비 개선(증가), 반대로 0에 근접하면 악화(감소)란 의미다.

2분기 제조업 시황 현황 BSI는 1분기(77)보다 오른 86을 기록했다. 매출 BSI도 같은 기간 75에서 87로 상승했다. 내수·수출은 네 분기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전반적인 업황이 좋아지면서 대부분의 항목이 전 분기보다 상승세로 전환했다. 하지만 여전히 BSI가 기준점(100)을 밑도는 등 부정적 평가가 다수였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실제로 3분기 제조업 전망은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3분기 시황·매출 전망 BSI는 각각 95, 97로 전 분기 대비 동일하거나 1포인트 하락했다. 내수·수출은 전 분기보다 하락, 설비투자·고용은 상승으로 향후 전망이 엇갈렸다. 다음 분기 경기를 예측하는 전망 BSI는 현 상황을 평가하는 현황 BSI와 별도로 조사한다.

주요 업종별로 살펴보면 모든 업종의 2분기 매출 현황 BSI가 1분기 대비 상승했다. 자동차·조선은 기준점 100을 회복했고, 정유와 이차전지는 100을 넘겼다. 하지만 한파가 이어지는 반도체는 전 분기보다 12포인트 올랐음에도 74에 그쳤다. 3분기 매출 전망 BSI는 디스플레이와 무선통신기기, 바이오·헬스 등에서 100을 상회하면서 개선 기대가 우세했다. 다만 반도체와 바이오·헬스를 빼면 대부분 업종 경기가 전 분기 대비 약보합세를 보였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국내 제조업체들은 경영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복수 응답)으로 고물가에 따른 비용 부담 가중(69%)을 첫 번째로 꼽았다. 고금리 부작용(48%), 대외 불확실성(28%) 등이 뒤를 이었다. 그렇다 보니 향후 투자·수출 회복이 본격화되는 시기를 두고도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많은 표를 던졌다. 이들 업체는 투자 확대 예상 시점으로 2024년 상반기 이후부터(26%)를 제일 많이 꼽았다. 2024년 상반기·2023년 하반기(각 19%)가 그다음이었다. 수출 회복 예상 시점도 내년 상·하반기를 합쳐 54%로 절반을 넘겼다.

최근 다른 조사 결과에서도 완연한 경기 회복까진 아직 멀었다는 신호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금융업 제외)의 7월 종합경기 BSI는 기준선 100을 밑도는 95.5를 기록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3분기 제조업체 BSI 전망치(2307곳 조사)도 91에 그치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상반기 나쁘다가 하반기 살아남)’를 보일 거란 예측이 많지만, 주요국 긴축 정책과 중국의 경기 회복 같은 대외적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IT 경기나 미국 금리 같은 변수가 많아 하반기 상황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하반기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당초 원했던 대로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긴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국내 수요를 위축시키는데다 수출도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제조업의 회복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리가 하반기까진 내려갈 확률이 적다보니 기업들도 금리·수출이 안정되는 내년 이후로 투자를 미루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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