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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쏘는 청량감 최고죠” 한여름밤 하이볼 열풍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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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7호 24면

칵테일 즐기는 MZ세대

브랜디를 이용한 하이볼 원조(레몬 슬라이스 장식)와 우리술 ‘소주다움45’(45도, 로즈마리), ‘문화재·명인 조옥화 안동소주’(45도, 꽃잎), ‘탱자C’(40도, 민트)를 사용한 한국판 하이볼. 최영재 기자

브랜디를 이용한 하이볼 원조(레몬 슬라이스 장식)와 우리술 ‘소주다움45’(45도, 로즈마리), ‘문화재·명인 조옥화 안동소주’(45도, 꽃잎), ‘탱자C’(40도, 민트)를 사용한 한국판 하이볼. 최영재 기자

MZ세대가 뜨거운 여름밤을 나는 방법은? 바로 시원한 ‘하이볼’이다. 하이볼이란 일반적으로 길쭉한 잔에 얼음을 채우고 위스키를 적당량 부은 다음,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술이다. 목을 쏘는 타격감이 맥주보다 작고, 위스키 향이 풍미를 더하는 데다, 얼음까지 함께하니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밤엔 제격이다.

그런데 하이볼의 원조는 과연 어딜까? 일본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자카야 등에서 인기 있는 ‘산토리 가쿠빈 위스키 하이볼’ 때문이다. 바텐더 이성하씨는 “2008년에 일본 산토리사가 자사 제품인 산토리 위스키를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 낸 마케팅 전략이 성공한 케이스”이라며 “하이볼의 대중화에 영향을 끼친 건 맞지만 뚱뚱한 머그잔 혹은 생맥주 잔에 먹는 일본 스타일은 원조가 아니다”고 했다.

위스키에 탄산수·얼음 넣어 먹는 술

이 바텐더에 따르면 “하이볼은 증류주에 탄산수를 섞은 정통 칵테일”이다. “1767년 인공 탄산수가 처음 개발되면서 당시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마시던 브랜디(와인을 증류한 술)에 신기한 음료인 탄산수를 섞어 마신 게 하이볼의 시작이죠. 당시에는 얼음도 없이 브랜디와 탄산수만 섞어 마셨어요. 1860년대 이후 유럽을 휩쓴 포도나무 전염병 필록세라 때문에 와인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기본 원액을 위스키로 대체하게 됐죠.”

원조 하이볼은 톨 글라스 또는 하이볼 글라스라고 부르는 280~300㎖ 용량의 날씬하고 긴 컵에 천천히 녹는 단단한 얼음 조각을 담고, 그 위에 브랜디·위스키 등의 증류주를 적당량 부은 다음, 탄산수와 함께 개인의 취향에 따라 진저에일·토닉워터 또는 유자청·매실청·레몬슬라이스 등 다양한 종류의 부재료를 섞어 마시는 것이 정석이다.

이 바텐더는 이렇게 마시는 하이볼의 첫 번째 매력으로 ‘청량감’을 꼽았다. “상쾌하게 톡 쏘는 느낌이 있어서 갈증이 있을 때 최고죠. 탄산수를 섞으니까 알코올 도수도 조금 낮아져서 부담도 덜하고. 또 위스키든 소주든 모든 증류주는 약간의 물을 섞으면 향이 훨씬 풍부하게 올라오기 때문에 원액의 개성을 또 다르게 즐길 수 있죠.”

실제로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2020~21년 세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던 수제맥주 시장이 주춤하고, 그 자리를 하이볼이 채우고 있는 모양새다. 다양한 술과 음료를 자신의 입맛대로 섞어 마시는 믹솔로지(Mixology·칵테일을 만드는 기술) 문화가 확산하면서다. 더 이상 새로운 제품이 개발되지 않는 수제맥주에 싫증난 MZ세대가 몰트 위스키에 매력을 느끼게 됐고, 위스키를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으로 다양한 믹솔로지를 스스로 즐기게 된 것. 이때 하이볼은 증류주와 탄산수, 두 가지만 있으면 기본 재료준비가 끝나니 손쉽게 취향대로 자신만의 믹솔로지 변주를 즐길 수 있다.

편의점, 캔에 담긴 RTD 제품 선보여

(왼쪽부터) 우리 전통소주를 이용한 한국판 하이볼 레시피를 개발중인 바텐더 이성하씨와 대동여주도 이지민 대표. 최영재 기자

(왼쪽부터) 우리 전통소주를 이용한 한국판 하이볼 레시피를 개발중인 바텐더 이성하씨와 대동여주도 이지민 대표. 최영재 기자

CU·GS25·세븐일레븐 등의 편의점들도 이에 발맞춰 약 30여 종의 편의점표 하이볼을 출시했다. 재료를 준비하고 섞는 것도 귀찮은 이들에게 구입하고 바로 마실 수 있는 ‘레디 투 드링크(Ready to Drink)’ 캔 하이볼을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주정(에틸알코올)에 오크 칩을 넣어 위스키 향만 보탠 싸구려 하이볼부터 진짜 위스키 원액을 넣은 정통 하이볼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우리 전통술 가운데 증류주를 사용하는 한국형 하이볼도 등장했다. 안동소주를 넣은 ‘안동하이볼’(CU), 프리미엄 소주 화요를 넣은 ‘하이요 버블리’(GS25)가 대표적이다.

국내 양조장 판로 확대와 홍보·컨설팅을 지속적으로 해온 ‘대동여주도’의 이지민 대표는 “이미 막걸리를 통해 우리술의 매력을 알게 된 MZ세대가 전통 증류식 소주까지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하이볼 원액으로 즐기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대동여주도 SNS 댓글을 보면 요즘 MZ세대는 좋아하는 술을 공부하면서 마시더라고요. 냉장고에 전통주를 가득 채우고 ‘○○술은 스트레이트 또는 언더록으로 마시면 좋다’고 후기를 올리는 식이죠. 요즘은 전통소주를 원액으로 자신만의 칵테일을 만들어 먹었다며 레시피를 올리는 경우가 늘었어요.”

이 대표는 7월 19일 카카오메이커스와 함께하는 ‘술술 전통주 기행’에서도 미음넷증류소의 ‘소주다움45’를 이용한 전통소주 하이볼을 소개할 예정이다. 매년 여름 막걸리 특집을 해오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변화다. 또 이 대표는 이 바텐더와 함께 ‘문화재·명인 조옥화 안동소주’를 이용한 하이볼 레시피도 개발했다. 이 바텐더는 ‘2021년 제14회 코리안 컵 칵테일 챔피언십 우승’ ‘2022년 화요 칵테일 챔피언십 우승’ 등 수상 경력에서 볼 수 있듯 우리술을 이용한 칵테일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하이볼이 맛있으려면 증류주 원액이 맛있어야 한다”며 “한국 전통소주들은 특유의 깔끔함이 있는 데다 2년 이상 장기숙성한 술은 깊이감도 있어 하이볼 원액으로 잘 어울린다”고 추천했다. 다만 무조건 탄산수를 섞는다고 다 맛있는 하이볼이 되는 건 아니라고 조언했다. “우리 전통소주에서 느껴지는 과일·누룩향은 호불호가 갈리고, 어떤 술은 다른 음료와 섞었을 때 개성이 떨어질 수도 있어요. 우선 내가 좋아하는 전통소주가 뭔지 확실히 알고, 조금씩 탄산수와 부재료의 비율을 달리하면서 최상의 하이볼 맛을 찾아가는 게 좋아요.”

전통소주를 이용한 ‘한국판 하이볼’ 칵테일 레시피

사진 최영재 기자

사진 최영재 기자

원조 하이볼 : 얼음을 채운 잔에 브랜디 ‘레미 마틴’ 30ml를 붓고 탄산수를 글라스의 80%까지 채운다. 상큼한 레몬 슬라이스를 넣어준다.

사진 최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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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TANGJA)C’ 하이볼 : 얼음을 채운 잔에 40도짜리 ‘탱자C’ 30ml를 붓고, 토닉 워터를 글라스의 80%까지 채운다. 민트 잎과 라임 슬라이스를 함께 넣어주면 ‘탱자C’ 원액의 과일향과 잘 어우러진다.

사진 최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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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명인 조옥화 안동소주’ 하이볼 : 얼음을 채운 잔에 45도짜리 ‘문화재·명인 조옥화 안동소주’ 30ml를 붓고, 유자청 30ml와 매실 원액 5ml를 더한다. 탄산수를 글라스의 80%까지 채운다. 레몬 껍질을 얇게 저민 후 작은 식용 꽃까지 잔에 띄우면 ‘문화재·명인 조옥화 안동소주’ 원액의 기분 좋은 누룩향 풍미가 훨씬 풍성해진다.

사진 최영재 기자

사진 최영재 기자

‘소주다음45’ 하이볼 : 얼음을 채운 잔에 ‘소주다음45’ 30ml를 붓고 토닉 워터와 탄산수를 반반씩 글라스의 80%까지 채운다. 로즈마리 잎을 넣어주면 바다 속 수초 같은 청량감과 기분 좋은 향을 더할 수 있다.

하이볼 제조 이성하 바텐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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