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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종목 추천 안한다, 김영익 폭등주 메시지 100% 가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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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7호 11면

‘가짜 김영익’ 경고 나선 ‘진짜 김영익’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추천 종목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공부해서 투자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추천 종목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공부해서 투자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현재 상황이 매우 심각합니다. 교수님이 학생들과 지인들에게 선의로 시작한 일이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지난해 말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에게 전해진 다급한 문자 메시지다. 문자 메시지를 요약하자면, 메시지를 보낸 이는 김 교수가 추천하는 코스피 종목에 투자를 했는데 큰 손실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종목을 더 들고 있어야 할지, 손실을 보고 지금이라도 매도를 해야 할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뒤이어 이어진 문자 메시지는 원망이 한가득이었다.

“교수님이 자신있게 지속적으로 (해당 종목을) 강력 추천한 결과입니다. 교수님에 대한 신뢰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이 위급한 상황에서 교수님의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모두 황망한 상태입니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어떤 가능성이 남아있는지, 모든 것을 최대한 빨리 정리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의견을 주시는 것이 마지막 남아있는 도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장관을 지낸 동료 교수였다. 깜짝 놀란 김 교수는 “해당 종목을 추천한 사람은 제가 아니다”라고 해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에 대해 김 교수는 “저는 이코노미스트로 종목 추천을 하지 않는다”며 “기업체 최고경영자(CEO)나 교수 등 지도층도 이러한 사칭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 곤혹스럽다”고 전했다.

신고해도 매일 또 생기는 사칭 채널

주식 투자 사기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투자 고수를 사칭한 소셜미디어(SNS) 계정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김영익 교수는 “지난주에만 15개의 사칭 채널을 신고했지만 자고나면 또 새로운 사칭 채널이 생긴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접수한 주식 리딩방(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주식 종목을 추천하거나 투자에 도움을 주는 행위) 피해 관련 상담 건수는 2018년 7625건에서 지난해 1만8276건으로 2.5배나 증가했다. 유사투자자문업체 수도 급증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업체 수는 2020년 1254개에서 올해 5월 2139개로 70%나 늘었다. ‘대박’ 주식 정보를 주겠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검은 그림자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얘기다.

급기야 유명 주식 전문가가 주가 조작에 관여해 ‘개미지옥’을 만든 사례도 터졌다. 지난달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주식 종목을 추천하는 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 자신은 해당 종목을 매도해 58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선행매매)로 슈퍼개미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다수의 주식 전문방송에서 시황을 분석하며 전문가로 활동하던 B씨도 불구속 기소됐다. 이외에도 특정 세력이 모 회사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는 취지로 ‘바람잡이’를 하고 성과급을 받은 20대 남성 등도 기소됐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김영익 교수로부터 가짜 정보와 사칭 전문가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는 법에 대해 알아봤다. 김 교수는 ‘한국의 닥터둠(doom)’으로 불리는 국내 대표적 거시경제 전문가다. 대신증권과 하나대투증권(현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을 거쳐 하나대투증권 부사장, 하나경영연구소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2001년 9·11 사태 직전 폭락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거품 붕괴를 정확히 예고해 대중적인 신뢰가 높다. 그만큼 그를 사칭하는 ‘가짜’ 김영익도 많다. 6일 서강대 연구실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가짜 김영익’이 이끄는 리딩방 피해가 심각하다는데, 해당 리딩방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나요.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으로 김영익을 사칭하는 가짜 전문가들이 수십명 되는 걸로 압니다. 유형도 가지각색입니다. 어떤 여배우는 제가 제 명성을 내세워 투자자를 현혹했다고 고소하겠다고 하더군요. ‘배우자가 도박꾼으로 재산을 탕진했는데, 김영익 교수로부터 주식 추천을 받아 투자에 성공했다’는 식으로 홍보를 했다는 겁니다. 황당하죠. 어느 날은 증권사 대표가 연락해 다짜고짜 화를 내더라고요. ‘김영익 교수가 해당 증권사에 종목을 추천해준다’는 광고가 떠돈데요. 한 고향 선배는 카카오톡에서 제가 추천한 종목을 샀는데 거래가 정지됐다고 어떡하냐고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가짜 김영익’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경찰서에 수차례 찾아갔죠. 그런데 허사입니다. 피해자가 직접 신고해야 수사에 나설 수 있다고 합니다. 카카오톡에 신고해 사칭 채널을 내려도, 다음날이면 또 생겨납니다. 안타깝게도 이렇다 할 피해 구제 사례는 접하지 못했습니다.”
왜 그렇게 피해 사례가 속출할까요.
“제 사진을 프로필로 내세운 메시지가 와서 진짜 제가 보낸 줄 알았다고 합니다. 사실 저도 한번 가짜 메시지에 속은 적이 있습니다. 학교 관계자가 어떤 전문가를 소개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기에 의심하지 않고 지인을 추천했습니다. 그런데 지인에게 돈을 보내라고 했다는군요. 나중에 확인해보니 그 메시지는 동남아에서 보낸 사칭 메시지였습니다. 제가 프로필 사진만 보고 지인이라고 믿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사이버수사대에 문의했지만 이미 돈을 보낸 경우에는 피해 구제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일단 돈이 넘어가면, 다시 돌려받기 어려우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전문가 소개” 메시지에 나도 속아

6일 현재도 카카오톡 채널에서 김영익을 검색하면 ‘김영익의 경제스쿨’ ‘김영익 교수와 함께 하는 투자교실’ 등 김 교수를 사칭한 교육 채널이 떴다. 김 교수의 실제 강연 영상과 라이브 상담코너까지 있어 실제 교육기관으로 보이는 채널도 있다. 페이스북에서도 김 교수의 이름과 사진을 똑같이 내건 다수의 계정이 올라와 있어 진짜와 가짜 구분이 쉽지 않다. 가뜩이나 증시가 출렁이면서 정보에 목을 매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데, 투자 고수를 사칭한 가짜 계정의 꼬임에 넘어가는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가짜와 진짜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SNS를 통해 접근하는 ‘김영익의 폭등주’ 같은 메시지는 100% 가짜입니다. ‘20년 만에 역대급 부자될 기회입니다. 이 3개 주식은 꼭 사세요’라는 광고 문구나 ‘김영익의 경제스쿨’을 내세운 경우도 사기입니다. ‘김영익 교수님이 고르신 폭등주 증정이 마지막 4일 남았습니다’와 같이 주식을 추천해 준다는 광고도 허위입니다. 저는 거시경제를 분석하는 이코노미스트입니다. 개별 종목 추천은 하지 않습니다.”
실제 유명 전문가가 주가 조작과 리딩방에 관여하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정보를 믿어야 할까요.
“리딩방 등을 통해 주가 조작에 참여한 전문가는 일부 부도덕한 인물의 사례라고 보입니다. 다만 부도덕한 인물이든 아니든 어떤 전문가의 말도 쉽게 믿지 말아야 합니다. 솔직히 리딩방이나 증권 방송에 나와 종목 추천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과연 저 종목에 대해 얼마나 알까 싶습니다. 과거 리서치센터장 시절에 팀원들에게 강조했던 말이 있습니다. 목표 주가는 예측하기 어려우니, 상승과 하락의 흐름을 가능한 바르게 제시하자고요.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이달 7만5000원을 갈지, 8만2000원을 갈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추가 상승 여력이 있는지, 지금 고점에 가까운지 예측해보려는 노력이라도 하자는 겁니다. 그 정도가 애널리스트가 할 수 있는 최선인데, 사실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정 섹터만 심층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도 그 종목을 정확히 진단하기 어려운데, 이 종목 저 종목 추천하면서 ‘얼마 밑으로 떨어지면 팔아라’ 하는 전문가의 말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요? 제발 그들 말을 믿지 말고, 스스로 공부하고 아는 것만 투자했으면 좋겠습니다.”
주식 초보자가 스스로 주식의 가치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요.
“2020년 주가가 많이 오를 때 친구들이 제 연구실로 자녀들을 많이 보냈습니다. 그런데 다들 재무제표도 볼 줄 모르더군요. 그래서 재무제표부터 공부하고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했더니, 이후 다시 온 친구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주식 투자를 하려면 일단 재무제표는 읽을 줄 알아야 하고, 거시경제 흐름을 공부하면서 보유 비중을 늘리고 줄이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도 어렵다면 직접 투자에 대한 욕심을 조금 내려놓는 게 좋습니다. 초보자라면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간접투자를 통해 분산투자하는 방식이 낫습니다.”
최근 증시 조정으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5일(현지시간) 공개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보면 ‘올해 안에 완만한 경기 침체(mild recession)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저는 이보다 강한 경기 침체를 예상합니다. 미국 경제는 대단히 탄력적입니다. 경기 침체가 오면 고용도, 소비도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르면 3분기, 늦어도 4분기에는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주식 시장에서도 조정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미국 주식은 현재 과대평가된 상태입니다. S&P500 지수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20% 수준 과대평가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코스피도 하반기에는 2400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때를 기회로 저가 매수에 나서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주가는 미국과 달리 과소평가 국면에 있습니다. 올해 들어 경기 관련 업종인 전기전자·운수장비 업종의 주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의 주가가 올랐다는 건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올 4분기 이후 속도는 빠르지 않더라도 경기가 회복될 수 있어 이런 업종에 관심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채권 투자도 적기입니다. 미국 국채 3년물 금리가 지난 2월 초 3.1%대에서 6일 현재 3.67%까지 올라왔습니다. ETF를 통해 채권의 비중을 늘려가기에 좋은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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