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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5년 만에 최후진술 "오로지 군인다운 군인 되고자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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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지킬 수 있는 나라가 있어 행복했고 발전하고 있는 조국 대한민국이 있어서 큰 보람이 있었다. 뜻하지 않게 정치관여라는 죄목으로 피고인이 되어 오로지 적과 싸워 이기는 군인 다운 군인이 되고자 했던 제 삶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에 ‘정치 댓글’을 달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7일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남긴 최후 변론이다. 김 전 장관은 문재인 정권 출범 직후인 2017년 11월 ‘정치 댓글’ 사건으로 서울중앙지검(검사장 윤석열)의 수사를 받고 구속됐다가 풀려나 5년여 간 재판을 받아왔다. 최종 선고가 나지 않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장군’이란 평가를 받았던 김 전 장관을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김관진 국방혁신위원 등과 함께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김관진 국방혁신위원 등과 함께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고법 형사1-2부(김우진 마용주 한창훈 부장판사)는 7일 김 전 장관의 군형법상 정치관여 혐의 및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지난 1심과 항소심서 징역 7년을 구형했으나, 파기환송심에서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각 군의 지휘를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 사람으로 정치적 중립의무를 무겁게 준수해야 함에도 이를 위반하여 여론을 조작하고 국민의 정치적 의사표시의 자유를 제한했다”며 “피고인은 북한의 사이버 공작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고 하지만 특정 여론을 조작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으로 어떠한 것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이명박 정권인 2011년 1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사이버사에 정치 댓글 8800여 개를 달도록 지시한 혐의(정치관여죄)로 기소됐다. 이외에도 ▶2013년 12월 국방부 조사본부가 이 사건 중간 수사 발표할 때 이태하 전 군 사이버사 503 심리전단장 등 일부 요원들이 벌인 일이라고 축소·발표케 하고▶이 전 심리전단장을 불구속 송치하도록 지시했으며▶조사 과정에서 일부 헌병수사관을 배제하고 참고인 진술 조서를 허위 작성토록 지시하고▶2012년 사이버사 군무원 선발 때 호남 출신을 배제하라고 요구하는 등 다수 직권남용 혐의도 받고 있다.

 1심은 2019년 2월 김 전 장관이 군무원 선발 때 ‘호남 출신 배제’를 지시한 혐의는 무죄로 봤지만, 다른 혐의는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2심은 2020년 10월 사건 축소 발표 혐의까지 무죄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김 전 장관이 이 전 심리전단장에 대한 불구속 송치 지시 혐의도 무죄라고 판단해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 전 장관이 정치 댓글을 달도록 지시했다는 군형법상 정치 관여 혐의와 헌병수사관의 수사권을 침해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 활동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019년 2월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 오전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 활동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019년 2월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 오전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김 전 장관 측은 ▶ 군형법상 정치 관여 혐의 ▶ 헌병수사관의 수사권 방해 등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무죄를 주장했다. 지난달 16일 공판에서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서를 제출한 데 이어, 이날도 “민간인 신분의 국방부 장관에게 군형법을 적용하고, 직권남용 규정을 확대 적용한 것은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제기한 것이다.

원심 재판부는 김 전 장관에게 군형법 94조 정치관여 금지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런데 김 전 장관은 2008년 3월 합참의장을 끝으로 전역한 뒤 민간인 신분으로 국방부 장관과 국가안보실장을 지내 군형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게 김 전 장관 측 주장이다. 물론 민간인도 군형법의 적용을 받는 예외적인 경우(1조4항)가 있지만 ▶군사기밀 누설 ▶군용 시설 방화 등 혐의로 제한되고, 김 전 장관이 기소된 정치관여죄 관련 조항은 없다.

재판부와 검찰은 ‘댓글 작성’ 군인과 김 전 장관이 공모자라고 논리를 구성했지만 김 전 장관 측은 “군형법상 규정된 모든 범죄에 대하여 형법상 공범 규정을 적용하여 민간인을 적용 대상으로 하는 것은 확대해석으로 죄형법정주의를 위배한다”며 “검사의 논리를 따르면 병역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대통령 후보의 아들이 아버지의 선거운동을 도와준다면, 대통령 후보를 군형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 측은 또 재판부가 형법상 공무원의 직권남용죄 대상에 군사법기관의 ‘수사 권한’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한 것도 죄형법정주의를 벗어난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 측은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의 직권남용행위와 그로 인해 상대방의 권리행사가 방해되는 일이 발생해야 성립된다”며 “그런데 ‘권리’에 군 사법기관의 ‘수사 권한’이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확대해석이다. 권리와 권한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에 대한 선고는 오는 8월 18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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