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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폭발 때도 한국 영향 없어…정치권 공포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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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 당시 많은 방사성 물질이 바다에 흘러들었고, 100㎞ 거리 해상 바닷물의 세슘 농도가 L당 최대 1억 밀리베크렐(m㏃)에 달했다. 하지만 이때를 전후해 한국 바닷물의 세슘·삼중수소·플루토늄 농도 측정 데이터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하며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한국 바다에 미칠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 탱크의 삼중수소 무게는 2.2g인데, 동해에 연간 비로 내리는 삼중수소가 5g 정도”라며 “30년에 걸쳐 방류하면 삼중수소 방출량이 자연에서 비가 내리는 범위에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6일 오후 서울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탁토론회에서다.

서경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후쿠시마 해상에 방출된 삼중수소가 4~5년 뒤에야 국내 해역에 유입된다는 내용의 원자력연·한국해양과학기술원 공동 시뮬레이션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한국 관할 해역에는 2년 후 1㎥당 0.0001㏃의 삼중수소가 유입되지만, 전반적으로는 4~5년 뒤 ㎥당 0.001㏃ 정도가 유입된다”며 “국내 해역의 기존 삼중수소 농도의 10만분의 1 수준이어서 분석 기기로 검출되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강건욱 서울대 핵의학과 교수는 “미국과 소련이 경쟁적으로 수소·원자폭탄 실험을 하던 63년 삼중수소 농도가 현재보다 1000배 더 높았다”며 “그런데도 지금 어민·수산업 등의 경제적 피해가 크다고 하는 것은 공포 마케팅과 가스라이팅”이라고 설명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괴담은 여러 면에서 광우병 괴담의 판박이다. 과학적 사실이 철저하게 무시되고, 감성적이고 정치적인 구호가 난무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분들도 섭외했는데 결국 불참했다. 이것이 과학기술계의 현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7일 오염수 방류 계획 안전성 종합 검토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정부는 일본 측 공개자료, 시찰단 활동에서 확보한 자료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도쿄전력의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해 독자적 검증을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보고서에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안전성 분석 결과와 지난 5월 정부 시찰단이 후쿠시마 현지 방문 시 확보한 데이터의 분석 내용, 일본 측의 방류 시설 시운전 점검에 대한 평가, IAEA 보고서에 대한 한국 전문가 판단, 일본에 제안할 내용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박 차장은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가 7일 사용 전 검사종료증을 도쿄전력에 교부할 예정이다. 오염수 해양 배출 설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합격증”이라고 설명했다. 오염수 방류 뒤 일본 측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재개 압박 가능성에 대해 박 차장은 “적어도 정부가 수입을 재개하는 일은 없다”고 답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7일 한국에 도착해 이튿날 유국희 원안위원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을 잇달아 면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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