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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1진' 소탕한 '여의도 저승사자'…검은돈 1.6조 환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허정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가 지난 4월 11일 코인원 상장 비리 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승형 당시 금융조사1부장(현 대검 반부패2과장), 왼쪽은 기노성 금조1부 부부장검사. 뉴스1

허정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가 지난 4월 11일 코인원 상장 비리 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승형 당시 금융조사1부장(현 대검 반부패2과장), 왼쪽은 기노성 금조1부 부부장검사. 뉴스1

“‘단 한 번의 주가조작만으로도 패가망신한다’는 원칙이 자본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

 서울남부지검이 6일 서울 신정동 청사에서 금융범죄 수사 성과 브리핑을 갖고 “지난 1년간 자본시장을 교란하고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야기한 불공정거래 사범 등을 집중 수사해 총 373명을 기소(구속 48명)하고 합계 1조6387억원의 범죄수익을 추적·환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추징보전된 범죄수익 기준으로 가장 규모가 큰 건 테라·루나 폭락 사건(7450억원)이었다. 허정 2차장검사는 “금융·증권 및 가상자산 관련 범죄는 시장 참여자들의 재산을 한순간에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악질범죄로, 이 때문에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면 투자 감소, 기업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져 국가 경제 발전 저해로 직결되는 만큼 유관기관과 협업 수사 체계를 구축해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에 신속하고 엄정히 대응했다”고 자평했다.

 실제 남부지검은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가 폐지했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현 합수부, 부장 단성한)을 되살린 뒤 캐비닛에 쌓여 있던 전통적 주가조작 사범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에디슨EV·PHC·앤디포스·에스마크 등 코스닥 상장사 대상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해 각 회사 경영진과 주가조작 세력 등을 적발해 줄줄이 재판에 넘겼다. 그 과정에서 1세대 기업사냥꾼으로 꼽히는 원영식 초록뱀미디어 회장, 김우동 조광ILI 회장 등이 구속됐다. 대부분 상장사를 무자본 인수한 뒤 허위 공시·언론보도를 통해 주가를 띄우는 방식으로 적게는 200억원대, 많게는 18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거둔 혐의다. 에스마크 사건 수사 중엔 사상 최초로 범행에 활용된 21개 법인에 대한 해산명령을 청구하기도 했다. 한 검찰 간부는 “해외 도피 중인 배상윤 KH그룹 회장, 쌍방울 횡령·배임 및 대북송금 사건 등으로 수사·재판을 받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제외하면, 합수부가 초기에 목표로 한 ‘주가조작세력 1진’은 모두 소탕한 셈”이라고 말했다.

단성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장이 지난 4월 25일 테라·루나 폭락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단 부장검사은 당시 이 사건에 대해 '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사기 범죄'라고 설명했다. 뉴스1

단성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장이 지난 4월 25일 테라·루나 폭락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단 부장검사은 당시 이 사건에 대해 '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사기 범죄'라고 설명했다. 뉴스1

 이밖에 합수부는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조작 ▶테라·루나 폭락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의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기업사냥꾼에 대출 알선한 금융 브로커 사건 등, 금융조사1부는 ▶코인원 상장 비리 ▶불법 주식 리딩방·유튜버의 주식 추천 사기 사건 등, 금융조사2부(부장 채희만)는 ▶빗썸 관계사 비덴트·버킷스튜디오 등에 대한 횡령·배임·주가조작 사건 등을 수사해 관련자를 모두 기소했다. ▶옵티머스·라임·디스커버리 펀드사기 관련 잔여 범죄 의혹(합수부) ▶위믹스·피카 등 코인 발행사의 불법 코인 시세조종(MM·Market Making) 의혹(금조1부) ▶빗썸 상장피 및 가상자산운용사 델리오·하루인베스트 출금 중단 사태 관련 경영진 사기 의혹(금조2부) 등 굵직한 사건도 여전히 굴러가는 중이다.

합수부는 이날도 코스닥 상장사인 에디슨EV·디아크 주가조작을 주도한 기업사냥꾼 이준민(52)씨 등 10명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부정거래, 공인회계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구속 5명)했다. 동일산업 등 5개 종목 주가조작 의혹의 주범으로 지목된 네이버 주식정보 카페 운영자 강모(52)씨와 그의 지인 등 총 3명에 대해선 359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500억원대 펀드사기 사건으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고문의 뇌물·횡령·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도 포착해 이날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사무실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압수수색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많은 사건을 처리한 것 같지만, 합수부와 금조1·2부를 풀가동 해도 아직 밀려서 못 한 사건이 많다”며 “최근 급증하는 코인 관련 범죄의 경우 가상자산합수단(팀)이 신설되면 검사와 수사관을 충원해 가상자산 추적 시스템과 전문 인력을 개발하는 등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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