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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남국처럼 코인 산 사람 또 있다…檢, 지갑 소유주 추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수십억원대 암호화폐(이하 코인) 보유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최근 복수의 암호화폐거래소 등을 재차 압수수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과 비슷한 거래 패턴을 보인 전자지갑의 소유주를 특정해 코인 발행사나 코인 투자자 사이의 연관성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5일 법조계와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준동)는 최근 암호화폐거래소인 빗썸·코인원과 전자지갑 ‘클립’(Klip)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 계열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를 통해 김 의원이 지난해 메타콩즈·마브렉스를 거래할 무렵 해당 코인을 대량 매수한 또 다른 전자지갑 20개의 소유주 인적사항 등을 파악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에 앞서 매수 코인 개수를 기준으로 메타콩즈·마브렉스 등 코인별 상위 10개씩 전자지갑 주소를 특정했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미공개 정보 활용, 불법 대선자금 및 자금세탁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없이 막연한 의심만으로 의혹을 제기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으로 출근한 김 의원의 모습. 뉴스1

김남국 무소속 의원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미공개 정보 활용, 불법 대선자금 및 자금세탁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없이 막연한 의심만으로 의혹을 제기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으로 출근한 김 의원의 모습. 뉴스1

 메타콩즈는 대체불가토큰(NFT) 프로젝트 메타콩즈가 발행한 코인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2월 당시 시세로 약 3억9000만원 상당의 메타콩즈 약 5만7000개를 사들였다. 메타콩즈는 두 달 뒤인 지난해 4월 중앙 암호화폐거래소 상장이 확정됐다는 취지로 공지하며 가치가 2.5배가량 뛰었다. 김 의원이 보유하던 메타콩즈의 평가액도 약 10억원으로 불었다.

 마브렉스는 게임 회사 넷마블이 발행한 ‘P2E’(Play to Earn·게임 아이템을 암호화폐로 활용) 토큰으로 지난해 5월 6일 빗썸에 상장됐다. 김 의원은 그 직전인 지난해 4월 21일부터 5월 3일까지 당시 시세로 약 9억원 상당의 마브렉스 약 1만9700개에 투자하는 동시에 일부는 스테이블코인 테더로 교환하는 식으로 팔았다. 코인 예치·교환 서비스인 클레이스왑을 통해서다. 마브렉스는 지난해 5월 4일 상장 사실을 공개한 뒤 개당 약 4만5000원이던 가치가 6만원대로 급상승했다.

 검찰은 이 무렵 코인 발행사 측이 김 의원을 비롯해 일부 소수 그룹에 상장 관련 미공개 중요 정보와 함께 투자 기회를 제공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번에 파악한 전자지갑 소유주들이 코인 발행사 측 관계자와 직·간접적 관계를 맺고 있거나 소유주 사이의 관련성이 드러날 경우 이들이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상장 직전 해당 코인을 대량 매집했을 개연성이 커진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 경우 김 의원이 실제 시세 차익을 누리지 못했더라도 선출직 고위공직자인 그에게 뇌물 또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위믹스 코인 발행사 위메이드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MM 업체 여러 곳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지난 5월 19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위메이드 본사를 방문한 국민의힘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 소속 의원들에게 브리핑하는 모습. 연합뉴스

검찰은 지난달 30일 위믹스 코인 발행사 위메이드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MM 업체 여러 곳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지난 5월 19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위메이드 본사를 방문한 국민의힘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 소속 의원들에게 브리핑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편, 검찰은 김 의원이 2021년 9월 약 20억원 어치를 사들인 위믹스 코인과 관련해선 발행사 위메이드의 불법 시세조종(MM·Market Making)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직무대리 채희만)는 위메이드 본사를 압수수색한 지난달 30일 위믹스에 대한 MM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코인 관련 업체 여러 곳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김 의원이 투자 전 위메이드 측으로부터 MM 관련 정보를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가 위믹스에 투자한 지 두 달여 만에 시세가 오르면서 평가액이 한때 약 80억~10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다만,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위믹스 관련 김 의원의 혐의는 위믹스의 불법 MM이 사실이란 걸 전제로 하기 때문에 수사가 녹록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의원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까지 제기된 불법 거래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가상자산 거래는 모두 합법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재차 의혹을 부인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도 지난달 14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입법 로비 의혹에 대해 “단 하나의 객관적 증거가 없는 악의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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