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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영웅 백선엽’ 문 정부 때 넣은 친일 경력 삭제 추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윤석열 정부가 6·25전쟁 당시 다부동 전투 등을 승리로 이끈 백선엽(1920~2020) 장군에게 붙여진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꼬리표 삭제에 나선다.

백 장군 서거 3주기 추모식이 열린 5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가보훈부와 국립현충원 홈페이지에서 백 장군의 안장 기록을 검색하면 비고란에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가 같이 뜬다. 백 장군을 비롯한 12명의 현충원 영령이 그런 수모를 겪고 있다. 보훈부 차원에서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곧 결론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승만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세운 사람이라면, 백 장군은 국가 수립 이후 최대의 위기였던 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낸 존재”라며 “그런 분이 진영 갈등 탓에 역사의 험지에 남는 것을 그대로 둘 순 없다. 백 장군의 공적을 제대로 알려야 하는 게 보훈부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이 삭제를 검토하겠다는 기록은 문재인 정부 때 등재됐다. 2019년 3월 보훈처(당시 처장 피우진)의 결정이었다. 백 장군의 안장 정보에 친일 기록이 등재된 건 안장식(2020년 7월 15일) 바로 다음 날부터였는데, 보훈처는 보훈처·현충원 홈페이지의 백 장군 기록에 생년월일·묘역 위치 등 기본 정보와 함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반민규명위)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했다는 정보를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친일파 묘는 파묘(破墓)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파묘법까지 발의했다. 앞서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립된 반민규명위는 “41년부터 45년 만주국군 장교로서 침략 전쟁에 협력했다” 등의 이유로 백 장군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정했다.

여권 일각에선 차제에 “반민규명위가 정한 친일 명단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백 장군의 사례처럼 국립묘지인 현충원에 안장돼 있으면서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공인된 인물은 총 12명이다. 일본군 출신의 이응준 전 체신부 장관, 신태영 전 국방부 장관, 만주군 출신의 신현준 전 해병대 사령관과 백낙준 전 연세대 총장 등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보훈부의 기록 삭제와 별개로 노무현 정부 직속 기구가 판단했던 친일 딱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북 칠곡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선 백 장군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다부동은 6·25전쟁 당시 백 장군이 사단장으로서 이끌던 1사단이 북한군 3개 사단을 격파하며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한 장소다. 백 장군은 타계 전까지 매년 9월 전우들과 다부동에서 모임을 가질 정도로 이곳에 각별한 애정을 가졌었다. 동상은 높이 4.2m, 너비 1.56m 크기로 백 장군이 허리에 양쪽 손을 대고 서 있는 모습이다. 동상건립추진위원회가 모금한 국민성금 3억5000만원과 보훈부 국비 1억5000만원으로 총 5억원이 사용됐다. 보훈부 관계자는 “동서남북 어디에서든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의미를 담아 360도 회전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동상 제막식에 이어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백선엽 장군 3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조국이 없으면 나도 없다’며 대한민국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백 장군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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