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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때문에 급히 묻었나…뜻밖 장소서 쏟아진 고려 유물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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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 공양구 일부 모습. 사진 문화재청

청동 공양구 일부 모습. 사진 문화재청

신라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절이라 전해진 경주 흥륜사 터 부근에서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불교 공양구가 확인됐다.

5일 문화재청은 경주 사정동에 있는 사적 ‘경주 흥륜사지’ 서쪽 부근에서 철 솥을 포함한 청동 공양구 54점이 출토됐다고 밝혔다.

공양구는 부처에게 음식이나 물건을 올리고 의식을 행할 때 쓰는 물품으로, 유물이 나온 장소는 현재 흥륜사가 자리한 곳으로부터 약 22m 떨어져 있다.

경주시와 춘추문화재연구원은 지난달 하수관로 설치 공사를 위해 일대를 발굴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찰 관련 유적으로 추정되는 건물터와 담장 터, 우물 등을 발견했다.

일대에서는 통일신라∼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도 쏟아졌다.

유물 모습. 사진 문화재청

유물 모습. 사진 문화재청

특히 지름 약 65㎝, 높이 62㎝에 이르는 철 솥은 땅에 묻힌 채 발견됐는데, 그 안에는 청동 향로, 촛대, 금강저(불교 의식에서 쓰는 용구) 등이 담겨 있었다.

현재까지 확인된 유물만 54점으로, 일부는 솥 바닥에 붙어 있어 향후 유물을 보존 처리하고 추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문화재청은 철 솥과 청동 유물이 화재, 사고 등 재난이나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급히 한 곳에 모은 뒤 땅에 묻어둔 퇴장 유물이리라 추정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형태로 청동 유물이 한 번에 출토된 사례는 경남 창녕 말흘리 유적, 경북 군위 인각사지, 서울 도봉서원(영국사지), 충북 청주 사뇌사지(무심천변), 경주 망덕사지와 굴불사지 등이다.

군위 인각사와 서울 영국사 터에서 나온 공양구 유물은 현재 보물로 지정돼 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지난 4일 유물이 보관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확인된 유물 중 일부는 11세기 제작된 양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굴 조사에서는 통일신라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 불상, ‘영묘사’라고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 조각 등도 함께 나왔다.

조사 지역 모습. 사진 문화재청

조사 지역 모습. 사진 문화재청

영묘사는 신라 선덕여왕(632∼647) 때 창건한 사찰이라고 전하나 조선 초에 폐허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흥륜사가 자리한 부근에서는 ‘영묘지사’라 새겨진 기와 등 영묘사 관련 유물이 5차례 정도 나온 바 있어 학계에서는 영묘사 터였을 거라는 의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청동 공양구 유물의 정확한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보존 처리와 추가 연구를 할 예정”이라며 “다른 사례와 비교해도 유물 수량이 많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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