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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36시간 미만' 근무 청년층 중 75% "지금처럼 일하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파트타임이나 프리랜서 비중이 높은 주 36시간 미만 청년 취업자 10명 중 7명 이상은 지금보다 더 긴 시간을 일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주 36시간 미만을 근로하면 급여 수준이 적은 만큼 추가적인 근무나 일자리 변경을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청년층은 다른 경향을 보였다. 청년층 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는 가운데 자발적으로 36시간 미만 일한다는 사람까지 늘면서 노동 공급 감소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적게 일하더라도 “지금이 좋다”

5일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청년(15~29세) 취업자(400만5000명) 중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104만3000명이다. 이 중에서 재학·휴학 청년을 제외하고 졸업·중퇴·수료 상태의 청년만 48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사회에 진출한 청년층(303만4000명) 중 15%가 한 주 근무하는 시간이 36시간이 되지 않았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학교를 졸업한 뒤 얻는 파트타임 일자리는 정규직 취업 전까지 거쳐 가는 자리란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48만9000명의 학업 상태가 아닌 주 36시간 미만 근무 청년 중 74.8%(36만6000명)는 “계속 그대로 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4분의 1중에서도 “더 많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로 바꾸고 싶다”는 응답은 5만9000명에 불과했다. 근무시간이 적다는 이유로는 연장 근로나 직업 변경을 고려하지 않는 청년이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주 36시간 미만 근로하는 졸업·중퇴 청년 중 상용근로자는 14만6000명에 불과했다. 전체의 29.9% 수준이다. 2배 수준인 26만2000명은 임시근로자였다. 아르바이트나 프리랜서 근로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알바도 만족…“워라밸 선호 경향 커”

지난달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일자리 상담 창구를 바라보고 있는 시민. 연합뉴스

지난달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일자리 상담 창구를 바라보고 있는 시민. 연합뉴스

강원 춘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민모(30)씨는 하루 8시간씩 주 3회 일한다. 민씨는 지방 국립대를 졸업한 뒤 부모와 함께 살면서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 남는 시간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민씨는 “월세나 식대를 아낄 수 있다 보니 적당히 쓰고도 돈이 부족하진 않다”며 “시험에 합격하면 좋기야 하겠지만 지금 생활 자체로 상당히 만족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크루트가 최근 직장인 885명을 대상으로 가장 원하는 사내복지가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 1위가 ‘주4일제’(23.4%)였다. 재택근무와 탄력근로제가 최고의 복지라는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근무시간이나 근무형태와 관련된 제도가 식대나 복지포인트와 같은 금전적인 혜택보다 선호도가 높았다. 정연우 인크루트 브랜드커뮤니테이션 팀장은 “최근 청년층은 이른바 ‘워라밸’을 선호하는 경향이 상당히 강하고, 근무시간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일자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젊은 인력 감소, 예고된 미래 

청년 취업자 감소는 이미 예고됐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중위 시나리오 기준으로 15~24세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5.8%에서 2045년 10.4%로 줄어든다. 일할 청년 자체가 적어지는 상황에서 추가 취업을 원치 않는 청년까지 늘어나면 생산인구 감소로 인한 ‘빈 일자리’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년·고령층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젊은층은 단순히 임금 조건만 가지고 일자리를 선택하지 않는 기조가 강해지고 있다. 사람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고, 이 같은 추세에 맞춰 근로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인력 수급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젊은 노동 인력 감소는 곧 본격화할 텐데 인력을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대학 전공 칸막이 낮추기나 여성의 노동 참여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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