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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운경 이어 광우병 주동자도 "오염수는 괴담"…與 특강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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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5년 미국문화원 점거사건을 주도한 함운경 네모횟집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민공감 열한번째 공부모임에서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를 둘러싼 과학과 괴담의 싸움-어민과 수산업계의 절규를 듣다'라는 주제의 강연을 하고 있다. 함 대표는 현재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 횟집 '네모선장'을 운영하고 있다. 뉴스1

1985년 미국문화원 점거사건을 주도한 함운경 네모횟집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민공감 열한번째 공부모임에서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를 둘러싼 과학과 괴담의 싸움-어민과 수산업계의 절규를 듣다'라는 주제의 강연을 하고 있다. 함 대표는 현재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 횟집 '네모선장'을 운영하고 있다. 뉴스1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로 정치권이 연일 시끄러운 가운데 국민의힘이 야권 성향이었던 인사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의 입을 빌려 ‘민주당식 선전’에 대응한다는 전략이지만, 내년 4·10총선을 앞두고 상징적인 인물을 영입해 외연을 확장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대표적 인사가 함운경(59) 네모선장 대표와 민경우(58) 수학교육연구소장이다. 함 대표는 서울대 삼민투위원장 출신으로 1985년 미 문화원 점거를 주도했던 86 운동권 그룹의 핵심 인사다. 지금은 운동권에 환멸을 느끼고 전북 군산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다. 함 대표는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공부 모임인 ‘국민공감’에서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를 둘러싼 과학과 괴담의 싸움’을 주제로 특강했다. 민주당의 주장으로 수산물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수산업계가 직격탄을 맞자 횟집 대표로서 직접 민주당을 비판한 것이다. 함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 싸움은 과학과 괴담만의 싸움이 아니다”며 “(민주당이) 반일감정을 부추기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싸움”이라고 진단했다.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이 직접 함 대표에게 특강을 부탁했다고 한다. 박 원장은 평소 주변에 “함 대표는 상징성이 있는 분이니 귀하게 모셔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 때문에 함 대표가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그는 2016년 20대 총선 때 군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었다.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괴담과 선동의 실체'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괴담과 선동의 실체'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민경우 소장은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시위를 주도했던 촛불시민행동 본부장이었다. 서울대 의대에 입학했던 그는 본격적으로 학생운동을 하기 위해 국사학과에 재입학했다. 이후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을 지내는 등 한동안 NL계의 핵심으로 활동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두 번 구속돼 4년 넘게 옥살이를 했지만, 조국 사태 등으로 민주당에 환멸을 느낀 뒤 수학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민 소장도 3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민주당의 전략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후쿠시마에 흐르는 정서는 대선 불복을 골자로 한 반정부투쟁”이라며 “이번 기회에 광우병으로 시작된 괴담 정치를 끝장내길 제안한다”고 했다. 강의 후 의총장에서는 “이제야 민주당의 속내를 알겠다”, “우리 당에 꼭 필요한 말이었다”는 평가가 들려왔다. 민 대표는 통화에서 “지금처럼 수학 선생으로 사는 것이 좋다”고 했지만, 여권에서는 “내년 총선 때 서울 접전지에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022년 2월 24일 최철호 당시 KBS PD가 서울 여의도 카페 '하우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검사 사칭' 소명 선거 공보물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 PD는 이날 ″마치 제가 음해해서 (이 후보를) 함정에 빠뜨린 사람처럼 왜곡한다″며 이 후보를 향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국회사진기자단

2022년 2월 24일 최철호 당시 KBS PD가 서울 여의도 카페 '하우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검사 사칭' 소명 선거 공보물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 PD는 이날 ″마치 제가 음해해서 (이 후보를) 함정에 빠뜨린 사람처럼 왜곡한다″며 이 후보를 향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국회사진기자단

5일 국회에서 열리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국민 대토론회’엔 최철호 전 KBS PD가 참여한다. 최 전 PD는 2002년 KBS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추적60분’을 진행하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검사사칭 사건에 연루됐던 장본인이다. 이 대표가 건넨 검사의 신상을 이용해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법원에서 선고유예를 받는 등 한때 이 대표와 한 배를 탔었다. 그러나 지난 대선 때 이 대표가 최 전 PD 책임으로 몰아가자 이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관계가 틀어졌다. 최 전 PD는 통화에서 “민주당의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주장을 살펴보면 전혀 구체성이 없다”며 “그런데도 언론에서 이를 비중 있게 다뤄주는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훈 고려대 삼민투 위원장(왼쪽에서 둘째)과 함운경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셋째)이 1985년 5월 26일 72시간 만에 점거농성을 푼 뒤 미 문화원을 나서는 모습. 태극기는 점거자들이 농성 중 손수 만들었다. 중앙포토

이정훈 고려대 삼민투 위원장(왼쪽에서 둘째)과 함운경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셋째)이 1985년 5월 26일 72시간 만에 점거농성을 푼 뒤 미 문화원을 나서는 모습. 태극기는 점거자들이 농성 중 손수 만들었다. 중앙포토

세 사람 모두 정계 진출에 선을 긋고 있지만,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국민의힘 사람이 될 거란 얘기가 적잖게 오간다. 여권에선 1996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계복귀로 위기에 몰렸던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이재오·김문수·이우재 등 운동권 인사를 대거 영입해 이미지를 쇄신하고 15대 총선에서 이겼던 사례가 회자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총선은 어차피 인재영입 싸움”이라며 “민주당과 한배를 탔었던 ‘민잘알(민주당을 잘 아는 사람들)’을 접전지 내보내는 건 좋은 전략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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