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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맞아 해외로 발돌린 관광객…제주 여행객은 36만명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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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을 맞은 제주 관광업계가 해외여행 활성화와 고물가 논란이 겹쳐 고민에 빠졌다. 3일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636만3736명(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지난해 동기(672만6657명)보다 5.4%(36만2921명)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한 결과로 분석된다.

해외 관광지 중에서는 일본을 찾는 내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해외여행 활성화 속에 역대급 ‘엔저 현상’이 맞물리면서 지난 5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한국인(51만5700명)이 가장 많았다. 여행업계는 제주지역의 항공료가 비싼 것도 관광객 감소에 한몫한 것으로 본다. 항공사가 수익성이 높은 국제선 운항편을 늘리다 보니 제주를 오가는 항공기의 좌석난이 커져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제주공항을 오간 국내선 항공기는 5만3555편으로 지난해(5만5924편)보다 4.2% 감소했다. 이 기간 일 평균 공급 좌석은 8만3799석으로 지난해(8만9364석)보다 6.2% 줄었다.

제주도는 고물가 논란까지 휩싸였다. 제주관광공사의 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주 방문객은 불만사항으로 물가를 꼽았다. ‘물가가 비싸다’는 응답이 2014년 29%에서 지난해 53.4%로 8년 사이 배 가까이 많아졌다.

인터넷 등에선 ‘(제주의) 일부 렌터카와 식당에서 바가지요금을 받는다’는 글들이 돌고 있다. ‘제주관광 비용이 동남아 등과 별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관광객 이모(39)씨는 “SNS 맛집을 검색했는데, 4인 가족 한 끼에 10만원이 넘어 보였다”며 “유튜브 등에 제주도민이 찾는 저렴한 맛집 정보도 있지만, 기분을 내려는 관광 특성을 고려할 때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제주도의회는 관광물가를 안정화하기 위한 입법 장치 마련에 나섰다. 한동수 제주도의원은 지난달 초 대표발의한 ‘공정관광 육성 지원조례 개정안’을 이달 임시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한 의원은 “바가지 논란을 막기 위한 물가 안정과 실태 조사 등에 관한 법적 근거를 개정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제주관광협회 관계자는 “부담이 적은 관광부터 럭셔리한 상품까지 제주를 즐기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제도·정책적인 자정 노력을 통해 제주 관광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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