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수 적어 부끄럽다"…70대男, 5000만원 장학금 기탁하며 한 말

충북 제천여자중학교에 장학금 5000만원을 기탁하며 김유수(75)씨가 남긴 자필 메모. 연합뉴스

충북 제천에 거주하는 70대 남성이 제천여자중학교에 장학금 5000만원을 기탁한 소식이 전해졌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11시쯤 제천시 창전동 소재 제천여중 교장실에 깔끔한 옷차림을 한 노인 김유수(75)씨가 들어섰다. 사전 연락 없이 학교를 방문한 김씨는 김동영 교장에게 대뜸 장학금 기탁 의사를 표했다고 한다.

김씨는 "가정환경이 어렵더라도 꿈을 향해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의 힘이라도 돼 주고 싶다. 액수가 적어 미안하다"며 학교발전기금 계좌로 5000만원을 입금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김씨가 기탁한 장학금은 제천여중 개교 이래 최대 액수다.

김 교장의 이런저런 물음에도 김씨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아무도 모르게 해 달라"며 추가 기탁 의사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익명을 요구했지만 김 교장은 "좋은 일은 많은 사람이 보고 배워야 한다. 돈은 이렇게 쓰는 것이라는 점을 세상에 알리자"고 김씨를 설득했다고 한다.

김 교장은 결국 김씨로부터 이름 공개와 함께 장학기금 창설을 허락받았다. 전교생이 560명인 제천여중은 김씨가 기탁한 돈으로 '김유수 장학기금'을 창설해 향후 10년간 운영하기로 했다.

김 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학교에 부임 이후 장학금 기탁은 지난해 말 700만원에 이어 두 번째"라면서 "금액도 금액이지만 그분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에 울컥할 정도로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르신이 신상 공개를 거부해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평생 어렵게 모은 돈인 듯했다"며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더욱 빛나고 멋진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장학금을 소중히 쓰겠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