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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인증 때 받는 1원, 특허였네…금융권 “기술로 붙자”

중앙일보

입력

금융 애플리케이션 토스에서 사용자 본인 인증을 하려면 자신 명의의 계좌에 1원을 보내도록 신청하고, 입금자명에 적힌 숫자 3자리를 인증란에 입력해야 한다. 이는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2016년 특허로 등록한 기술이다. 현재 많은 금융회사가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본인 인증을 하고 있지만, 입금자명에 숫자 대신 무작위의 문자를 쓰는 등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5월 서울 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핀테크의 대출 비교 서비스가 띄워져 있는 휴대전화 화면 모습. 연합뉴스

5월 서울 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핀테크의 대출 비교 서비스가 띄워져 있는 휴대전화 화면 모습. 연합뉴스

토스를 비롯해 네이버·카카오 등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이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 가는 가운데, 은행과 카드회사 등 전통적인 의미의 금융사도 기술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각자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권을 획득하며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3일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지식재산권 활동에서 금융 등 서비스업의 출원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면서 금융업 등에서 BM(비즈니스 모델)특허 출원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BM특허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혁신적인 경영 아이디어에 부여하는 특허를 말한다. 특히 고객의 사용자 경험(UX),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관련한 특허권 활동이 활발한 추세다.

우선 은행권에선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최근 KB국민은행은 ‘KB-GPT’ 데모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하나은행은 특허청에 ‘하나GPT’ 상표를 출원했다.

KB-GPT 웹사이트 캡처.

KB-GPT 웹사이트 캡처.

5대 은행은 각자 생성형 AI 개발을 위한 조직을 꾸려 사업을 준비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생성형 AI를 은행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며 “다만 금융업 특성상 1000개의 정보 중 999개가 맞더라도 1개만 틀리면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쓸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통적인 금융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신기술로 해결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BC카드는 최근 국가적 재난·재해나 금융망 전산 장애가 발생했을 때 자산 내역을 증명할 수 있는 대체불가토큰(NFT) 기술을 특허 출원했다. 전쟁 발생으로 금융 시스템이 완전히 마비돼 자산 기록이 사라지거나, 종이 통장도 쓸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도 블록체인에 자산을 저장해둘 수 있는 기술이다. 권선무 BC카드 전무는 “각종 금융사고로 인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예방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술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기도 한다. KB금융그룹은 지난 2018년 취득한 ‘음파결제 영업 방식’ 특허를 캄보디아 시장에서 상용화했다. 가게에서 결제할 때 소비자의 스마트폰 앱이 사람은 듣지 못하는 음파를 흘려보내 점주의 휴대전화와 ‘폰투폰(Phone-to-phone)’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한국만큼 카드 결제망이 갖춰지지 않은 동남아시아 결제 시장에 진출하는 데 역할을 한 특허다.

한 금융사의 관계자는 “특허 기술을 늘려가는 핀테크 기업이 특허권을 침해한 다른 금융사에 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는 등 미래에는 말 그대로 ‘특허 전쟁’이 불붙을 수 있다”며 “특허가 없는 회사는 나중에 사용료나 특허침해료 등 잠재적인 재무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금융사도 핀테크를 대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특허 출원의 범위를 적극적으로 넓히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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