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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적자 16개월 만에 마침표…‘상저하고’ 기대해도 될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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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달 30일 달러당 원화값이 전 거래일보다 0.1원 하락한 1317.7원으로 마감했다. 미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안정세를 보이던 원화값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뉴스1]

지난달 30일 달러당 원화값이 전 거래일보다 0.1원 하락한 1317.7원으로 마감했다. 미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안정세를 보이던 원화값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뉴스1]

한국 무역이 16개월 만에 적자 행진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최악의 고비를 넘겼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수출이 반등하기 위해선 ‘반도체’와 ‘중국’이라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11억3000만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월간 무역수지 흑자는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수출액은 9개월 연속 감소세(전년 동월 대비)를 이어갔지만 지난달 감소율은 -6.0%로, 5월(-15.2%)과 비교해 크게 완화됐다. 지난해 10월(-5.8%) 이후 가장 낮다.

다만 경기 회복보단 에너지 수입액 감소 덕에 적자를 벗어난 ‘불황형 흑자’라는 평가도 공존한다. 수입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7% 감소한 531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 국제 가격이 하락한 데 따라 원유(-28.6%) 가스(-0.3%) 석탄(-45.5%) 등 에너지(-27.3%) 수입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우리 경제의 ‘상저하고’ 전망에 청신호를 밝혔다”고 자평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한국 전체 수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반도체 업황의 회복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어서다. 수출 품목별로 살펴보면 지난달 자동차(58.3%)·선박(98.6%)·이차전지(16.3%) 등은 수출이 증가했다. 자동차는 상반기에 248억1000만 달러를 수출해 역대 상반기 기준 최고 수출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반도체(-28.0%)·석유제품(-40.9%) 등 품목 수출은 줄었다. 특히 반도체의 수출 증가율은 11개월째 마이너스다.

하반기 수출 반등을 위해선 ‘반도체 업황 회복’이 필수적이다. 긍정적 요인은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 효과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는 점이다.

무역적자 16개월 만에 마침표

무역적자 16개월 만에 마침표

전체 수출의 19.7%(6월 기준)를 차지하는 대중 수출 회복 역시 중요한 변수다. 대중 수출은 5월 106억 달러에 이어 지난달 105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2개월 연속으로 100억 달러 선을 넘겼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아직 중국 소비 시장이 좋지 않지만, 하반기 들어서 점차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7~8월에는 하계휴가 등의 계절적 요인에 따라 일시적으로 무역수지 개선 흐름이 주춤할 수 있지만, 이후 본격적인 흑자 기조와 함께 수출도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요 경제 전망 기관들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한국무역협회는 ‘2023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을 통해 하반기 수출이 전년 대비 3.1% 감소하고, 무역수지는 12억 달러 적자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글로벌 경제 환경도 좋지만은 않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예상보다 더 강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오는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자 지난달 30일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1317.7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0.1원 내렸다. (원·달러 환율은 상승) 최근 원화 가치는 1270원대까지 올라갔었지만, 한때 1320원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강달러 국면이 다시 온다면, 외국인 자본 이탈과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가 커질 수 있다. 미국이 실제 추가 긴축에 나서면, 한미 금리 차가 2%포인트 이상 벌어진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경우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을 다시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실물 경기 부담도 커진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초에 ‘상저하고’의 전제로 삼았던 글로벌 경기 요인들이 최근 하나둘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하반기 경기 회복도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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