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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산사태, 3대 사는 주택 덮쳤다...14개월 여아 결국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9 구조대원들이 30일 오전 4시 43분께 경북 영주시 상망동 주택 매몰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경북소방본부

119 구조대원들이 30일 오전 4시 43분께 경북 영주시 상망동 주택 매몰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경북소방본부

이번 장맛비 사망자 2명으로 늘어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43분쯤 영주시 상망동에서 산사태로 10여t의 토사가 쏟아지면서 3대(代)가 함께 사는 주택 한 채를 덮쳤다. 이 집엔 성인 7명과 아이 3명이 살고 있었다. 소방당국은 굴삭기 5대 등 장비 40여 대와 인력 110여 명을 투입해 일가족 10명 중 9명은 구조했다. 14개월 여아는 약 2시간 뒤인 6시40분쯤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이번 장맛비에 따른 사망자는 2명으로 늘었다. 앞서 지난 27일 전남 함평군에서 농수로 수문을 관리하던 수리시설 관리원 오모(67·여)씨가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전국적으로 장맛비가 내린 지난 29일 경북 영주 시내 한 도로가 호우로 빗물에 잠겨있다. 사진 경북소방본부

전국적으로 장맛비가 내린 지난 29일 경북 영주 시내 한 도로가 호우로 빗물에 잠겨있다. 사진 경북소방본부

주민들 "갑자기 쏟아진 비에 난리" 

이날 오후 5시 현재 경북 영주와 봉화, 울진에 호우 주의보가 발령돼 있다. 29일 0시부터 30일 오후 5시까지 영주 지역 누적 강수량은 342.5㎜를 기록했다. 물 폭탄에 시설물 피해도 잇따랐다. 영주시 봉현면 하촌2리에서는 불어난 물에 하촌교가 붕괴했다. 상수도 배수관로도 파손됐다. 김보년(41·영주시 가흥동)씨는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지하주차장 안팎에 빗물로 웅덩이가 만들어진 상태였다”며 “갑자기 쏟아진 비로 영주 곳곳이 물에 잠기고 난리가 난 분위기”라고 전했다.

30일 오전 5시30분쯤 광주 동구의 한 가게에서 석축이 붕괴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과 광주 동구청이 조치를 취하고 있다. 사진 광주 동구=뉴스1

30일 오전 5시30분쯤 광주 동구의 한 가게에서 석축이 붕괴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과 광주 동구청이 조치를 취하고 있다. 사진 광주 동구=뉴스1

게릴라성 장맛비 곳곳 할퀴어 

영주뿐 아니다. 중대본 집계(30일 오후 6시 기준)에 따르면 물 폭탄에 따른 침수피해나 경사면 붕괴 등으로 대피한 주민은 전국 302가구 430명(누적치)에 달한다. 전남지역 207가구 303명, 경북지역 81가구 108명 등이다. 이 중 76가구 98명이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들은 마을회관과 친인척집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번 장맛비에 지금까지 주택 26채가 물에 잠긴 것으로 집계됐다. 경북 17채, 전남 7채, 전북 2채 등이다. 상가침수는 4동이다. 도로엔 흙인 쏟아져 내려 긴급 복구가 이뤄졌다. 강원 홍천군 화촌면 406번 지방도 일부 구간에 토사가 유출, 굴삭기 등을 동원해 전날(29일) 오후 10시 복구했다. 앞서 28일엔 광주 서구 풍암동 한 아파트 석축이 붕괴했다.

현재 국립공원 12곳 352개 탐방로의 출입이 통제된 상태다. 전국의 둔치 주차장 31곳과 한라산·지리산 등의 둘레길 3곳도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또 인천~연평, 포항~울릉 등 7개 항로를 운항하는 여객선 11척이 묶였다.

남부지방 30일 오후, 제주 내일 새벽까지 비

현재 경북 북부와 제주산지에 호우특보가 발효됐다. 시간당 10㎜ 안팎 비가 내리고 있다. 남해안에도 비가 이어질 전망이다. 예상 강수량은 지역에 따라 다른 데 경북과 해안가를 제외한 제주지역에 7월 1일 오전까지 많은 곳은 최대 80㎜ 이상 쏟아지겠다. 같은 기간 전남 남해안 지역은 최대 60㎜ 이상, 이밖에 강원산지·충청내륙·전북·전남·경남·제주 해안가는 5~30㎜가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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