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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7400원 '김동선버거' vs 2495원 '당당버거'…직접 먹어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자가 먹어 본 ‘파이브가이즈’의 기본 햄버거(왼쪽)와 홈플러스의 ‘당당 순살치킨 트윈버거’. 최선을 기자

기자가 먹어 본 ‘파이브가이즈’의 기본 햄버거(왼쪽)와 홈플러스의 ‘당당 순살치킨 트윈버거’. 최선을 기자

최근 미국 3대 버거로 불리는 파이브가이즈가 오픈하면서 이른바 ‘금값 버거 전쟁’이 벌어졌다. 고든램지버거, 쉐이크쉑, 슈퍼두퍼 등 버거의 단품 가격이 1만원을 훌쩍 넘어서다. 반면 대형마트 홈플러스는 고물가에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을 겨냥한 ‘반값 버거’를 내놨다. 이쯤 되면 ‘극과 극’ 마케팅이다.

파이브가이즈·홈플러스 버거 비교해보니

30일 중앙일보는 파이브가이즈 버거와 홈플러스 ‘당당 순살치킨 트윈버거(당당 버거)’를 비교해봤다. 파이브가이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국내 도입을 주도해 ‘김동선 버거’로도 불린다. 첫 영업일인 지난 26일 ‘오픈런(매장 열기를 기다렸다가 달려가는 것)’까지 벌어지면서 출발이 순조로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당당 버거는 홈플러스가 1년 전 출시해 ‘반값 치킨’으로 화제를 모았던 당당 치킨의 후속작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우선 가격을 보면 당당 버거가 개당 2495원꼴(한 팩에 2개·4990원)로 가성비 제품을 찾는 고객의 눈길을 끌 만했다. 파이브가이즈 버거 중 가장 비싼 베이컨 치즈버거는 1만7400원으로, 당당 버거의 7배에 달한다. 제일 저렴한 리틀 햄버거(패티 1개 제품·9900원)도 4배 차이가 난다.

주요 재료는 무엇이 다를까. 우선 패티를 보자. 파이브가이즈는 호주산 소고기를, 홈플러스는 국내산 닭고기를 사용했다. 신선한 재료를 강조하는 파이브가이즈는 첨가제·보존제를 전혀 첨가하지 않은 소고기 패티를 매장에서 수작업으로 만든다. 홈플러스는 100% 국내산 냉장육을 두툼하게 잘라 치킨의 식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했다. 역시 매장에서 직접 제조·염지 과정을 거친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파이브가이즈 강남'에서 열린 브랜드 설명회에서 매장 직원들이 햄버거를 조리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파이브가이즈 강남'에서 열린 브랜드 설명회에서 매장 직원들이 햄버거를 조리하고 있다. 뉴스1

빵의 경우 파이브가이즈는 미국 본사의 비법 레시피(조리법)를 가지고 국내에서 제조해 매일 매장으로 직송한다. 홈플러스는 얼리지 않은 빵을 사용해 첫 식감이 부드럽다고 소개했다. 빵 지름은 모두 10㎝ 내외이며 파이브가이즈 소고기 패티(굽기 전 기준)는 장당 102g, 당당 버거 1개 속 치킨은 총 100g이다.

가장 큰 차이는 채소와 소스에 있다. 두 버거 모두 ‘나만의 맞춤형 버거가 가능하다’는 콘셉트다. 하지만 파이브가이즈는 15가지 토핑이 가격에 포함된다. 양상추·피클·토마토·피망·구운버섯 등 채소와 마요네즈·케첩·머스타드 등 소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29일 서울 등촌동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강서점에서 신메뉴 ‘당당 순살치킨 트윈버거’가 진열돼 있다. 최선을 기자

29일 서울 등촌동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강서점에서 신메뉴 ‘당당 순살치킨 트윈버거’가 진열돼 있다. 최선을 기자

홈플러스는 구매자가 직접 토마토·양상추 등을 추가해야 한다. 채소가 전혀 안 들어가서다. 가격을 확 낮춘 대신 빵과 치킨, 스모크 머스타드 소스 단 3가지 재료로 구성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버거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만 제공해 합리적인 가격을 만들고자 했다”며 “구매 후 집에 가져가서 먹는 마트 버거의 특성상 채소가 있으면 습기로 인해 빵이 눅눅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맛은 어떨까. 파이브가이즈 기본 햄버거에 ‘올 더 웨이(기본 토핑 8종)’를 선택해 먹어 보니 소스가 가득하고 패티에 육즙이 풍부했다. 패티가 두 장이라 한입에 베어 먹기 힘들 정도였고, 전체적으로 재료가 조화를 잘 이룬 느낌이었다.

파이브가이즈의 초대를 거절하고 직접 오픈런 해 화제를 모은 유튜버 ‘육식맨’은 “좋게 말하면 담백·건강하고, 나쁘게 말하면 개성이 약하고 밋밋한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보통 상상하는 ‘아주 기름진 미국 맛’은 아니란 얘기다.

29일 출시한 당당 버거의 경우 채소가 없어 첫입은 퍽퍽했지만, 간이 세지 않으면서 속이 촉촉한 치킨 패티가 인상적이었다. 머스타드 소스 한 가지만 사용해 풍부한 느낌은 덜 했지만 아이들 간식이나 직장인의 간단한 점심으로 충분해 보였다.

이날 서울 등촌동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강서점에서 오픈런 해 당당 버거를 산 황모(30)씨는 “평소 점심값보다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고 치킨 패티가 맛있어 보여서 샀다”며 “비싼 수제버거도 먹어봤는데 그 정도로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점포별 10~15팩을 매일 한정 판매할 계획이다.

이달 26일 서울 강남대로에 문 연 ‘파이브가이즈’는 빵과 소고기 패티 외에 토마토·양상추·피클·구운 버섯 등 15가지 토핑을 고객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8가지 종류의 버거와 15가지 토핑을 조합하면 최대 25만 가지의 버거 스타일이 나온다. 사진 한화갤러리아

이달 26일 서울 강남대로에 문 연 ‘파이브가이즈’는 빵과 소고기 패티 외에 토마토·양상추·피클·구운 버섯 등 15가지 토핑을 고객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8가지 종류의 버거와 15가지 토핑을 조합하면 최대 25만 가지의 버거 스타일이 나온다. 사진 한화갤러리아

29일 출시된 홈플러스 ‘당당 순살치킨 트윈버거’의 내부 모습. 얼리지 않은 빵과 100% 국내산 냉장육 치킨, 스모크 머스타드 소스 등 단 3가지 재료로 구성됐다. 가격은 2개에 4990원. 최선을 기자

29일 출시된 홈플러스 ‘당당 순살치킨 트윈버거’의 내부 모습. 얼리지 않은 빵과 100% 국내산 냉장육 치킨, 스모크 머스타드 소스 등 단 3가지 재료로 구성됐다. 가격은 2개에 4990원. 최선을 기자

파이브가이즈는 출시와 동시에 ‘고가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본토보다 13%, 홍콩보다 17%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했다”는 파이브가이즈 측 설명과 달리 버거 가격이 미국 매장보다 비싸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화갤러리아 자회사 에프지코리아 측은 “미국은 주(州)마다 세금과 인건비가 달라 제품 가격도 다를 수밖에 없다”며 “미국 본사가 있는 버지니아주 직영점을 기준으로 했을 땐 국내 가격이 더 저렴하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서울 강남대로 파이브가이즈 매장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뉴스1

지난 26일 서울 강남대로 파이브가이즈 매장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뉴스1

파이브가이즈는 경쟁 브랜드인 쉐이크쉑, 슈퍼두퍼보다 평균 가격이 10~15% 높지만 그만큼 품질이 좋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베이컨은 두껍게 커팅한 뒤 사과나무 칩으로 훈연해 참나무 칩을 쓰는 기성 베이컨보다 스모키한 풍미를 살렸다고 한다. 치즈는 본사 레시피로 만든 독점 상품을 미국에서 들여오고, 감자는 길이 7㎝ 이상만 선별해 매장에서 땅콩기름으로 튀긴다. 소금의 경우 감자튀김에는 이국적인 풍미를 위해 미국·이탈리아산을 쓰고, 대표 음료인 셰이크에는 영국산 최상급 굵은 소금만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명 수제버거 브랜드들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고가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며 “결국 소비자들은 품질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물가 시대에 화제성을 이어갈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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