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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로 시작해 매출 1000억 넘봐…이 회사 비결은 ‘쿨한 골프 패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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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난 23일 서울 강남의 매장에서 말본골프 창립자 스티븐 말본을 만났다. 이날 개성있는 복장을 착장한 그는 “골프를 칠 때도 평소 스타일로 입고 싶었다”고 했다. [사진 말본골프]

지난 23일 서울 강남의 매장에서 말본골프 창립자 스티븐 말본을 만났다. 이날 개성있는 복장을 착장한 그는 “골프를 칠 때도 평소 스타일로 입고 싶었다”고 했다. [사진 말본골프]

집 마당에서 어린 아들에게 골프를 가르쳐주는 아버지, 골프복을 잘 차려입은 젊은이들이 차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 지난 3월 공개된 ‘말본골프’ 광고의 한 장면인데, 여느 골프 브랜드처럼 멋진 드라이버 샷을 날리는 골퍼나 초록빛 필드가 등장하지 않는다. ‘프로 골퍼처럼’을 강조했던 기존 광고와 달리, ‘골프는 친숙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말본골프 플래그십(대표) 매장에서 만난 스티븐 말본(47) 창업자는 “골프를 칠 때도 평소 스타일로 입고 싶었다. 이런 생각으로 회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날도 품이 넉넉한 셔츠에 저지 소재의 바지, 알록달록한 신발을 신은 개성 있는 모습이었다. 이른바 ‘쿨골(쿨한 골프) 패션’이다.

201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탄생해 2021년 패션 기업 하이라이트브랜즈를 통해 국내에 진출한 말본골프는 지난해 매출이 950억원이다. 기존 성능(퍼포먼스) 위주의 정형화한 골프복에서 벗어나 마치 ‘스케이트 보더’처럼 넉넉한 실루엣을 적용해 젊은 골퍼의 눈도장을 찍은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말본 대표는 미국 뉴욕에서 스트리트 스타일 잡지를 창간하고 이와 연계한 광고 에이전시를 운영했다. 이후 LA로 이사해 골프를 다시 시작했다. 그러면서 개인 인스타그램에도 골프하는 모습을 종종 공유하곤 했는데, 지인에게서 “골프 치는 모습은 재미없으니 올리지 말라”는 핀잔을 들었다. “골프는 부유한 중년이 즐기는 다소 뻔한 스포츠여서였지요. ‘쿨’하지 않았어요.(웃음)”

이후엔 개성을 강조하는 ‘말본 골프’ 계정을 새로 만들었다. 후드 셔츠와 펑퍼짐한 바지에 야구 모자를 쓰고 자유롭게 골프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게 대박이었다. 금세 3만~4만 명의 팔로워가 생겼고, 배우자가 “이제 골프 브랜드를 시작할 때”라고 조언하면서 골프복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국에서는 대개 10대 때 골프를 시작해요. 하지만 20년가량 공백을 둔 후에 40대가 돼서야 다시 골프채를 잡는 경우가 흔해요. 20·30대들은 ‘골프=멋진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죠. 패션을 통해 뮤지션이나 예술가도 즐기는 운동으로 만들고 싶어요.”

말본이 LA 페어팩스에 첫 매장을 낸 것은 2017년이다. 저스틴 비버 등 할리우드 셀럽들이 이곳에서 인증샷을 올리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같은 해 패션 매체 ‘보그’와의 인터뷰도 분기점이 됐다. 골프라는 스포츠를 패션의 관점에서 들여다본 시도였다.

한국 진출은 두 번째 분기점이다. 말본은 미국 3곳을 비롯해 한국·일본·유럽 등에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한국에는 56개 매장을 열어 규모가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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