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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치적 야욕 말고 국민 생각하라"…솔로몬 재판 소환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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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28일 “정치적 야욕이 아니라 진정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긴축 건전 재정이 지금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한 국가재정전략회의 모두발언에서 “인기 없는 긴축 재정, 건전 재정을 좋아할 정치권력은 어디에도 없다. 불가피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는 2023~2027년 중기 재정운용 및 내년도 예산편성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먼저 국가 채무가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400조원가량 늘어난 점을 지적한 윤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전 정부의 무분별한 방만 재정을 건전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 상당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며 “무분별한 현금 살포와 정치 포퓰리즘을 배격해서 절감한 재원으로 진정한 약자 복지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물가 및 통화가치 안정, 대외 신인도 제고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일각에서는 여전히 재정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빚을 내서라도 현금성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것은 전형적인 미래세대 약탈이고, 따라서 단호히 배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진정한 부모가 누군지 가리는 솔로몬 재판”을 언급하며 “국민을 진정으로 아끼는 정부는 눈앞의 정치적 이해득실보다 국가와 미래세대를 위해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하는지로 판가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 5년간 과도한 확장재정 기조 탓에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는 등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이전 정부와 달리 책임감 있고 지속가능한 재정 운용 기조를 견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울 때 과감하게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기업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서 더 성장하는 것처럼 정부 역시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재정을 정상화하고 개혁하는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독려했다. “위기는 기회”이라고도 말했다.

지출 구조조정의 방향을 두고는 “말도 안 되는 정치 보조금은 없애고, 경제 보조금은 살리고, 사회 보조금은 효율화·합리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절약한 재원은 군 장병에 대한 처우 개선,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서비스 확대, 첨단과학기술 R&D(연구·개발) 투자 등에 사용하겠다는 입장도 거듭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며 입장하고 있다.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며 입장하고 있다.사진 대통령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에서도 야권과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현직 대통령의 이 행사 참석은 1999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 이후 24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허위선동과 조작, 그리고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자유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면서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나 많다”며 “돈과 출세 때문에 이들과 한편이 돼 반국가적 작태를 일삼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나라를 지켜내야 한다”며 올바른 역사관과 책임 있는 국가관, 명확한 안보관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비판했다.

특히 “북한이 다시 침략해오면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종전선언 합창이었다”며 “우리를 침략하려는 적의 선의를 믿어야 한다는 허황한 가짜평화 주장이었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자유대한민국의 국가안보가 치명적으로 흔들린 상황이었다”고 부연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종전선언을 제안했던 것을 지적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후 외교·안보 분야의 변화를 열거한 뒤 “북한만 쳐다보고 중국으로부터 무시당한 우리 외교는 국제 규범을 존중하는 오대양 육대주 모든 국가와 긴밀히 협력하는 글로벌 중추 외교로 발돋움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고 하거나 발전을 가로막으려는 세력들이 나라 도처에 조직과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는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정체성을 지키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축사가 진행되는 동안 현장에서는 “윤석열”이라는 구호가 10여차례 나왔고, 축사가 끝나자 참석자 전원이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강력한 반발이 터져나왔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일베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인식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남북문제를 바라보는 대통령의 극우적 인식에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 대통령이야말로 거짓 선동과 가짜뉴스 생산을 멈추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었다. 한 구절 한 구절이 모두 태극기 부대의 시위 연설 수준"이라고 했고, 전용기 의원은 "나치 수괴들처럼 한쪽 시각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옳고 그른게 무엇인지,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을 못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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