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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근무수당도 통상임금…한수원, 직원 1174명에 308억원 줘야”

중앙일보

입력

한국 첫 수출 원자력발전소인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뉴스1

한국 첫 수출 원자력발전소인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뉴스1

해외 원전 건설을 위해 중동에 파견 나간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의 해외근무수당은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부장 정현석)는 한국수력원자력 직원 1174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지급 소송에서 “회사는 직원들에게 도합 308억원을 지급하라”고 지난 23일 판결했다.

현지 화폐로 준 해외근무수당…임금? 실비?

이 소송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파견 나갔던 직원들이 “시간외 근무수당 부족분을 지급하라”며 냈다. 파견기간 동안 회사가 현지 화폐로 해외근무수당을 지급했는데, 통상임금에는 이 해외근무수당을 포함하지 않아 시간외 근무수당이 줄었다는 이유다.

직원들은 “해외근무수당은 모든 해외 근무자에게 일률적‧정기적‧고정적으로 지급된 통상임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회사 측은 “해외근무수당은 해외 생활비를 보전하는 체재비, 실비 변상 성격의 급여이고 시간외 근무수당, 야간근무수당, 휴가보상금 등이 포함돼 있다”며 “근로의 대가가 아니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UAE 근무자들의 해외근무수당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통상임금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직원들이 해외에서 일하는 동안 실제로 근무한 일수나 근무 성적과 관계없이 계속 정기적으로 직급에 따라 일률적인 금액이 지급돼왔다는 이유다. 한수원 내부 운영지침 등에 임금은 ‘보수’ 항목으로, 정착지원금·학자금 등은 ‘복리후생’ 항목으로 구분하는데, 해외근무수당은 ‘보수’ 항목인 점도 참작이 됐다.

재판부는 또 “UAE 원전 건설현장은 고온다습한 기후로 5~10월 온도가 45~55℃에 이르고, 별도의 생활편의시설도 없다”며 “근무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어려움을 보상하기 위해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돈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환율 변동에 따라 실지급액이 달라질 수 있지만, ‘고정성’을 부인할 수 있는 요소는 아니라고 봤다.

한수원 측은 “UAE 물가가 한국보다 2~3배 높고, 주택임차료·학자금 등도 상당하다”며 “해외근무수당은 현지 화폐로 지급하고 있어 생활비, 실비 보전 성격”이라는 주장도 폈다. 그러나 재판부는 “UAE 평균 식당 식비가 약 1만500원, 영화관람료는 약 1만2250원 정도로 한국보다 특별히 물가가 더 높다고 보기 어렵고, 숙소‧식사 무상지급 등을 볼 때 해외근무 생활비가 부족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해외근무수당을 사용한 용처나 금액을 회사가 따로 확인하지 않은 점도 실비 성격이 아니라는 근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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