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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힘 보여줄게, 각오해"…건설현장서 2억원 뜯어낸 노조 간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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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과 울산, 경남 등 지역 건설현장을 돌며 돈을 뜯어낸 노동조합 간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28일 법원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 형사1단독 정윤택 부장판사는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공동공갈)로 기소된 한국노총 산하 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 부울경본부 조직국장 A(30대)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부울경본부장 B(40대)씨 지시를 받고 다른 노조원들과 함께 지난해 7월부터 8월까지 경남 진주에 있는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을 찾아가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며 5000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불법 체류 외국인을 신고하겠다” “매일 현장 앞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협박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 2021년 6월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도 현장 소장을 협박해 노조전임비와 복지비 명목으로 14개월간 2800만원을 갈취했다. A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5차례에 걸쳐 총 1억2400여만 원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또 3차례에 걸쳐 약 3000만원을 갈취하려 했지만,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이들은 건설현장에서 “노조의 힘을 보여줄 거다. 현장에서 각오해라” “인근 오피스텔 옥상에 올라가 안전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해 관공서에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겁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체들은 노조의 실력행사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될 경우 공사 기간이 늘어나 피해가 더 커질 것을 우려해 돈을 지급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A씨 등이 갈취한 돈은 노조 활동과는 무관하게 대부분 A씨를 비롯한 노조 소속 간부의 급여나 활동비로 사용됐다.

정 부장판사는 “’조합원의 고용, 단체협약, 전임비’ 등 마치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처럼 꾸미면서, 실질적으로는 피고인과 소속 구성원의 사익을 취하려 돈을 갈취했다”며 “이런 범행으로 불필요한 건설 비용을 지출하게 해 최종적으로는 일반 시민에 피해를 전가하고, 노조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일으키는 등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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