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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좋다" 공무원 난동에 스프레이 '칙'…부산시청 무슨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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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청 2층 행복민원실에서 난동을 부리던 A씨가 얼굴에 호신용 스프레이를 맞고 괴로워하고 있다. 이 상황은 민원인 폭력행위 대응 모의 훈련에서 연출됐다.[사진 부산시]

부산시청 2층 행복민원실에서 난동을 부리던 A씨가 얼굴에 호신용 스프레이를 맞고 괴로워하고 있다. 이 상황은 민원인 폭력행위 대응 모의 훈련에서 연출됐다.[사진 부산시]

“내 세금 받아먹으면서 일을 이런 식으로 해?”

민원실 폭력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자치단체가 민원인 폭력에 대비해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 또 민원 공무원 안전장비를 확충하고 피해 공무원에 의료비를 지원한다.

27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민원처리 담당자 보호 및 지원 실행계획을 수립해 본격 시행한다. 부산시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시와 16개 구·군에서 발생한 민원인 폭력 행위는 2019년 1007건에서 2020년 2303건, 2021년 3716건으로 늘었다. 지난 3월 부산 서구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술에 취한 60대 남성이 공무원의 머리에 휴대전화기를 던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부산 북구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40대 남성이 담당 공무원에게 욕설하며 집기류 등을 던져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피해를 본 공무원은 충격으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으며 일부는 병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5월 강무길 부산시의회 의원 대표 발의로 '부산시 민원 처리 담당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다.

민원인 난동 상황 모의훈련 

조례에 따라 부산시는 민원실에 근무하는 직원 등으로 비상대응팀을 구성해 민원인 위법행위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로 하고 최근 모의훈련을 했다. 모의훈련은 실전처럼 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7일 창원시청 4층 복도에서 민원인에게 폭행당해 쓰러진 공무원. [사진 창원시공무원노조]

지난 해 12월 7일 창원시청 4층 복도에서 민원인에게 폭행당해 쓰러진 공무원. [사진 창원시공무원노조]

민원인은 폭언과 폭행에 이어 기물을 파손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내 세금 받아먹으면서 일을 이런 식으로 해”라며 고함을 질렀다. 이에 비상대응팀이 녹화·녹음·제지·신고 등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했다. 부산시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연기력 등을 기준으로 ‘난동 민원인’ 배역을 선발했다. 민원 담당 공무원은 난동을 부리는 민원인 얼굴에 스프레이 등을 뿌렸다. 이어 경찰이 출동해 '악성 민원인'을 검거하면서 상황은 마무리됐다.

시는 이 같은 모의훈련을 매년 상·하반기에 1차례씩 실시해 대응능력을 키우기로 했다. 또 민원실에 안전시설과 장비를 확충하고 민원처리 담당자는 인사상 우대하는 등 근무 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특이민원 대응 역량 강화 교육을 하고 민원인 폭력 행위로 피해를 본 공무원에게는 심리상담과 의료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필요하면 법적 대응을 지원하거나 인사 조처도 해주기로 했다. 대전과 울산·안산 등 지자체도 올해 상반기에 민원인 폭력 행위 상황을 가정한 모의훈련을 했다.

충남 부여군 공무원노조는 지난 4월 11일 복지담당 공무원 폭행 사건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에 제출했다.[사진 부여군 공무원노조]

충남 부여군 공무원노조는 지난 4월 11일 복지담당 공무원 폭행 사건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에 제출했다.[사진 부여군 공무원노조]

민원실에 안전요원 배치
기초자치단체별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부산에선 금정구와 중구·사상구 등이 폭력 행위 발생이 잦은 행정복지센터 등에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 용인시와 부천ㆍ하남시, 인천 연수구에서는 이미 주요 민원부서에 안전요원을 배치했다. 특히 용인시는 2018년 모든 읍ㆍ면ㆍ동사와 구청사에 보안요원을 배치했고, 고성능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

공무원들은 ‘봐주기식 처벌’ 등 관행을 고쳐야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국공무원노조 박중배 대변인은 “흉기를 휘두르거나 상해를 가한 민원인은 현장에서 체포하는 등 죄에 걸맞은 조치가 필요하다”며 “피해 공무원이 생기면 지자체 차원에서 고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행 민원인, 전국선 1.5배 늘었다

전국적으로 공무원을 상대로 한 민원인 폭력 행위는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 집계를 보면 2019년 3만8000건이던 폭력 행위 건수는 2021년 5만2000건으로 3년 사이에 1.4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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