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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반란' 뜻밖 파장…"독일군 4000명 러 접경국 긴급 파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가 벨라루스 접경에서 경계 강화에 나섰다. 러시아 내에서 반란을 일으킨 바그너그룹이 벨라루스로 퇴각하기로 한 데 따른 조치다. 러시아 반란 사태의 후폭풍이 나토 역내로 미치지 않도록 ‘주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란 풀이도 나온다. 흑해 상공에서 영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펼쳐지는 등 군사적 긴장도 올라간 상태다.

26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북쪽 파브라데 훈련장에서 열린 '그리핀 스톰' 연합훈련에 독일연방군 장병이 참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북쪽 파브라데 훈련장에서 열린 '그리핀 스톰' 연합훈련에 독일연방군 장병이 참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당장 독일은 벨라루스는 물론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국경을 맞댄 리투아니아에 4000여 병력(여단급)을 급파할 태세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독일이 타국에 이처럼 대규모 군대를 상주시키는 것은 처음이다.

DPA 통신 등에 따르면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26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를 방문해 “독일은 나토의 동부전선을 강화하기 위해 리투아니아에 강력한 연방군 여단을 상시 주둔시킬 준비가 돼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나토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만 해도 러시아 접경국인 발트 3국(에스토니아ㆍ라트비아ㆍ리투아니아)과 폴란드ㆍ루마니아ㆍ불가리아 등에 다국적 군대인 신속대응군을 순회 배치했다. 상시 주둔은 러시아의 반발을 사서 나토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나토 주축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고서야 태세를 전환했다. 미국은 지난 3월 폴란드 서부 포즈난에 영구 주둔 기지(캠프 코시치우슈코)를 세웠고,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에스토니아와 루마니아에 장기 주둔 병력을 증강했다.

26일(현지시간) '그리핀 스톰' 연합훈련이 열린 리투아니아 파브라데 훈련장에 리투아니아(왼쪽), 독일(가운데), 나토(오른쪽) 국기가 함께 휘날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그리핀 스톰' 연합훈련이 열린 리투아니아 파브라데 훈련장에 리투아니아(왼쪽), 독일(가운데), 나토(오른쪽) 국기가 함께 휘날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독일도 지난해 6월 러시아군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리투아니아 방어를 위한 1000여명의 신속대응군을 따로 편성했다. 리투아니아에 상주하진 않으면서도 비상시 곧바로 투입하겠다는 개념으로,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한 행보로 해석됐다.

그랬던 독일이 매우 강경한 태도로 돌아선 셈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일군은 연합훈련 등을 위해 리투아니아에 일시 주둔한 적은 있어도 상시 배치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만큼 러시아 내부 혼란 등 현 정세가 긴박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와 접경국인 핀란드와 발트 3국도 자체적으로 국경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26일 독일군과 리투아니아군 간 방어적 성격의 연합훈련인 ‘그리핀 스톰(Griffin Storm)’을 참관했다. 이 자리에서 나우세다 대통령은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에게 “동부전선은 나토의 최전방”이라며 “바그너그룹의 반란은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불안정을 보여줬다. 향후 이와 유사하거나 더 큰 도전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26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북쪽 파브라데 훈련장에서 열린 '그리핀 스톰' 연합훈련에서 리투아니아 육군 보병전투차량(IFV·오른쪽)과 독일연방군 레오파르트 2 전차가 함께 기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북쪽 파브라데 훈련장에서 열린 '그리핀 스톰' 연합훈련에서 리투아니아 육군 보병전투차량(IFV·오른쪽)과 독일연방군 레오파르트 2 전차가 함께 기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폴란드 총리와 국방장관도 26일 폴란드 북동부 군대를 시찰하는 등 벨라루스 국경에서의 경계 수위를 높였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은 “우리는 위협을 인식하고 있으며 예상된 공격에 대응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난 2년간 국경 지역에서 (러시아 측의) ‘하이브리드 공격’에 대처해왔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 당시 현지 민병대로 가장한 정규군을 투입하거나 온라인상에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등 심리전을 병행한 비정규전 형태의 하이브리드 공격을 감행했다.

흑해서 '위협 비행' 계속

이런 가운데 26일 흑해에선 또다시 러시아 전투기가 서방 군용기들을 위협 비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 성명에 따르면 영국 공군의 RC-135 ‘리벳 조인트’ 정찰기 1대타이푼 전투기 2대가 러시아 공군의 수호이(Su)-27 전투기 2대와 근접 거리에서 대치했다. 러시아 측은 “영공 침입을 막기 위해 전투기들을 출격시켰다”며 “러시아 영공 가까이에서 전투기들이 다가가자 영국 군용기들이 기수를 되돌렸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26일(현지시간) 영국 공군 RC-135W '리벳 조인트' 정찰기가 타이푼 전투기 2대와 함께 흑해 중립수역을 지나 러시아 국경으로 향해 러시아 전투기가 출격해 차단했다며 영상을 공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국방부는 26일(현지시간) 영국 공군 RC-135W '리벳 조인트' 정찰기가 타이푼 전투기 2대와 함께 흑해 중립수역을 지나 러시아 국경으로 향해 러시아 전투기가 출격해 차단했다며 영상을 공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공군이 흑해 상공에서 미ㆍ영 등 나토 회원국 군용기에 대한 차단 작전을 강화하면서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아찔한 위기 상황도 있었다. 지난해 9월 영국 공군 RC-135 정찰기 1대가 러시아 전투기에 격추될 뻔했고, 지난 3월엔 미 공군 MQ-9 ‘리퍼’ 무인정찰기가 러시아 전투기와 충돌해 흑해에 추락했다.

지난달 5일에도 러시아 전투기가 폴란드 순찰기 앞 5m 정도 거리까지 다가오는 위협 비행을 했다. 폴란드 국경수비대 측은 “당시 심각한 난기류가 발생해 조종사가 일시적으로 조종 통제력을 잃어 비행고도에서 벗어났다”며 러시아군의 행위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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