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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보라"…입양한 김미애, 출생통보·보호출산 동시추진 왜 [스팟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의료대란 해소 위한 TF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의료대란 해소 위한 TF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출산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출생미신고 아동'이 최근 8년간(2015~2022년) 2236명에 달한다는 감사원 조사가 파장을 큰 낳았다. 감사원 발표 이후 여야 정치권은 뒤늦게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등의 도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기의 출생을 의무적으로 정부에 알리는 것이고, 보호출산제는 여성이 비밀리에 익명으로 병원에서 출산을 한 뒤 아기의 입양을 지자체장에게 일임하는 내용이다. 국회에선 국민의힘 소속 김미애 의원이 2020년 12월부터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이 문제에 관심을 쏟아왔다. 하지만 3년 가까이 답보 상태였고, 김 의원은 26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애초에 법안 통과됐으면 이런 사태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두 제도가 반드시 동시에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입양 등을 통해 두 아이를 키워온 싱글맘이기도 하다. 첫째 아들은 작은언니가 백혈병으로 투병하면서 돌보게 된 조카로, 작은언니 사망 후 미성년후견인이 되면서 가족이 됐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 생후 80일 된 딸을 입양했다.

이미 2020년 보호출산제 제정안을 냈다  
“2020년 11월 20대 여성이 아기를 낳은 뒤 힘든 몸을 이끌고 서울 관악구 베이비박스에 찾아갔지만 (마지막 순간)잘못된 장소에 아기를 두는 바람에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국정감사 중 아기를 추모하러 베이비박스 앞에 갔다가, 그 상황이 기가막혀 대성통곡을 했다. 그 엄마의 (마지막)세 발자국이 아기의 생사를 갈라놓았다.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법안을 냈지만, 3년 동안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2020년 11월 3일 서울 관악구의 한 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인근에서 수건에 싸여 있는 남아의 시신이 발견됐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교회 베이비 박스 인근 모습. 연합뉴스

2020년 11월 3일 서울 관악구의 한 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인근에서 수건에 싸여 있는 남아의 시신이 발견됐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교회 베이비 박스 인근 모습. 연합뉴스

출생통보제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소극적인 분위기인데  
“의협의 반대를 고려해 의료기관의 행정업무를 최소화 시킨 것이 내가 낸 법안이다. 정부안은 아이의 출생사실을 의사가 시·읍·면의 장에게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는데, 나는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상정보시스템에 입력하는 것으로 갈음하도록 해 놓았다. 지금 의료기관에서 하고 있는 행정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고 어렵지 않다. 또 처벌 규정을 넣으면 저항이 셀 것 같아 벌칙을 넣지 않았다. 의협도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크게 반대하고 있지 않다.”

출생통보제는 반대 여론이 심하지 않다. 현재 김 의원을 비롯해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가 10여건의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도 이미 시행 중이다. 반면 보호출산제는 신생아 유기와 양육 포기를 부추길 것이라며 남인순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일부 야당 의원과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프랑스와 독일만이 각각 ‘익명출산제’와 ‘신뢰출산제’라는 이름으로 시행 중이다.

반대가 심하지 않은 출산통보제부터 시행하는 방안은 어떻게 보는가 
“위험하다고 본다. 그러면 위기 여성들이 병원 출산 자체를 기피하게 될 것이다. 출생이 통보되면 신원이 바로 정부에 노출되는 것인데, 혼외자를 낳는 여성이나 불법체류 여성들이 병원에 가겠는가. 두 제도를 같이 시행하지 않으면, 제도적 취지를 충분히 달성하기 어렵다. 보호출산제를 먼저 시행하든지, 아니면 최소한 같이 가야 한다.”
진보성향 시민단체와 일부 한부모 단체들이 보호출산제에 반대한다  
“여성학을 공부하고 여성 인권을 운운하면서, 이것이야 말로 여성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 아닌가. 차라리 우리같이 보수적인 정당에서 반대할 수 있지만, 이율배반적으로 민주당이 보호출산제를 반대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기엔 이념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보호출산제가 자신의 친부모를 알고싶어하는 아이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생명권이 지켜지고 난 다음에 알 권리가 있는 것 아닌가. 우리 막내 딸은 80일 때 입양해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이다. 그래도 이 아이의 생명이 지켜졌지 않냐. 논란의 베이비박스를 통해서도 10여년 동안 2000명 넘는 아기가 살아났다.”
지난 2021년 7월 29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베이비박스 유기아동 가정보호 대책을 위한 제언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김미애 의원실

지난 2021년 7월 29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베이비박스 유기아동 가정보호 대책을 위한 제언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김미애 의원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8일에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출생통보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여야는 해당 법안을 29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논의한 뒤 30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27일 법안심사소위에서 보호출산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김 의원은 “내 법안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출산 여성이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정치는 차선책이라도 마련해 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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