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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62년 만에 보훈부 승격, 위상에 걸맞은 행정 펼쳐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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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

지난 6월 5일 국가보훈처가 창설 62년 만에 마침내 국가보훈부로 격상됐다. 지난 십수 년 간 기관의 위상이 장관급과 차관급을 여러 차례 오가다가 마침내 독립부서로의 출범이 이뤄진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보훈 제도를 갖춘 것으로 알려진 미국도 제대군인처(Veterans Administration)를 보훈부(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로 승격하는 데 무려 35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1950년대부터 의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됐으나, 각종 국정 현안과 정치 논리에 밀려 번번이 무산됐다.

35년 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보훈부 승격안을 두고 정치 논리를 앞세운 내부 참모진의 거센 반대에 직면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재정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었으나, 보훈부 승격만큼은 일부 참모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 뜻을 관철했다. ‘1930년대 세워진 기관의 모습으로는 제대 군인을 제대로 예우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미국은 1989년 보훈부 승격을 계기로 지난 30여년 간 제대군인에 대한 의료·재활 서비스 범위를 확 늘리는 한편 정권을 불문하고 제대 군인의 예우를 넓히는 데 힘썼다. 현재 미국 보훈부의 공무원은 약 40만 명으로, 연방 부처 중 국방부 다음으로 큰 부처가 됐다. 미국 보훈부가 운영하는 보훈병원은 171개, 의료 및 보건 시설이 1400개에 이르고, 그 혜택자는 매년 910만 명에 달한다.

우리 정부가 보훈부 승격을 계기로 각종 보훈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주요 선진국과의 ‘보훈 격차’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호주 등 주요 선진국 상당수가 이미 보훈기관을 부(部)로 조직하고, 국가 위상에 걸맞은 보훈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방산 업계가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것과 동시에, 보훈 정책도 선진국 반열에 들어설 수 있는 국가적 흐름이 매우 반갑다.

보훈 정책은 공동체를 향한 충성심, 나라를 향한 자긍심과 애국심을 느낄 수 있는 국민 통합의 열쇠다. 방산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데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수적이었던 것만큼, 방산업계도 우리 보훈 정책의 위상이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무엇보다 새로 출범한 보훈부가 엄숙주의에 갇힌 옛 방식을 버리고 보훈의 의미를 되새기겠다는 취지에 공감한다. 한화그룹은 2011년부터 매년 이맘때쯤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참배와 묘역 정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몇 년 후 이맘때쯤 현충원 봉사활동을 다시 찾았을 때, 더 많은 사람과 호국 영웅의 뜻을 같이 기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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