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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공장 넘어 반도체 공장까지...인도가 온다

중앙일보

입력

인도계 빅테크 거물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구글)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인도계 빅테크 거물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구글)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국가 간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고 글로벌 공급망이 블록화하면서 인도가 마침내 기회를 잡았다. 글로벌 정보기술(IT)·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이자 첨단산업의 새로운 전초기지로 인도를 잇따라 점찍으면서다.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생태계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인도는 이미 중국이 오랜 시간 지켜왔던 ‘세계의 공장’ 지위를 흔들기 시작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과 동맹국들의 수출 제재가 잇따르면서 기업들의 탈(脫)중국 움직임이 빨라진 결과다. 특히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최근 미국을 국빈 방문한 가운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를 장악한 인도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총출동해 인도 투자에 힘을 실어주면서 글로벌 경제 지형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대표적인 인도계 빅테크 거물인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인도 디지털화 기금으로 100억 달러(약 13조원)를 내놓은 데 이어 모바일 상거래와 핀테크 분야의 기술 센터를 인도에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은 오는 2030년까지 인도에만 260억 달러(약 34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인도 공장 설립 검토에 들어갔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구글) CEO(왼쪽)와 팀 쿡 애플 CEO(가운데)가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연설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AFP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구글) CEO(왼쪽)와 팀 쿡 애플 CEO(가운데)가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연설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AFP

애플은 이미 지난해부터 최신형 아이폰14 모델을 인도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앞서 대부분의 아이폰을 중국에서 만들었던 애플은 지난 회계연도에 인도에서 아이폰 생산을 3배로 늘렸다고 밝혔다. JP모건은 애플이 인도 내 아이폰 생산 비중을 현재 5% 수준에서 2025년까지 25%로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이패드와 아이팟 생산라인까지 중국에서 인도로 옮겨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조립 공장을 넘어 첨단 산업의 상징이 된 반도체 공장까지 유치했다. 미국 최대이자 세계 3위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은 지난 22일(현지시간) 8억2500만 달러(약 1조700억원)를 투자해 인도 구자라트에 조립·패키징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이 인도에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 정부 역시 반도체 기업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김현서 디자이너

김현서 디자이너

세계 1위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도 4억 달러(약 5200억원)를 들여 연구시설을 짓는다. 특히 세계 3위 장비업체로 꼽히는 램리서치가 앞으로 10년 동안 6만 명의 현지 엔지니어를 반도체 전문 인력으로 양성하겠다고 밝히면서 그간 인도에 없었던 반도체 생태계마저 생겨날 조짐이다. 인도의 주요 대기업인 타타 그룹과 베단타 그룹은 자체 반도체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도 최고 명문 인도공과대학(IIT)으로 상징되는 현지 고급 인력들이 현재 주로 진출하고 있는 플랫폼·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를 넘어 반도체 제조 영역으로 눈을 돌릴 경우 인도의 반도체 경쟁력도 무시 못 할 변수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 기틀을 닦았던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달리 메모리 반도체는 범용품이라 현재와 같은 효율 중심 경쟁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미국, 일본, 대만의 기술인재들이 메모리 산업으로 새롭게 대거 유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인도 기술인재들이 미국 메모리 산업에 대거 참여할 가능성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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