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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은평구 덮친 '러브버그' 또 왔다…올핸 서울 전역 출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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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서울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 등 북한산 주변에서 기승을 부린 붉은등우단털파리 일명 ‘러브버그’가 최근 서울 곳곳에 출몰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대거 출몰한 러브버그에 방충 민원이 폭주하면서 구청도 바빠졌다.

25일 은평구청의 한 공무원은 “러브버그를 방충해달라는 민원 전화가 매일 빗발치고 있다”며 “주택가와 야산 지역을 중심으로 특별 방충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명 러브버그로 알려진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서울 은평구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출몰하고 있는 가운데 강남 도심에서도 포착됐다.   사진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주차장에서 발견된 붉은등우단털파리 모습. 뉴스1

일명 러브버그로 알려진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서울 은평구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출몰하고 있는 가운데 강남 도심에서도 포착됐다. 사진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주차장에서 발견된 붉은등우단털파리 모습. 뉴스1

쏟아지는 민원에 영등포구·성동구 등 일부 지자체는 러브버그의 생태 습성과 방법 등을 소개하는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러브버그의 정식 명칭은 파리목 털파리과 ‘붉은등우단털파리’다. 주로 중국 남부 지역이나 일본 오키나와 등에 서식하는데 다른 털파리과 곤충과 마찬가지로 보통 암수가 쌍으로 다녀 ‘러브버그’라 불린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서울 은평구와 북한산을 중심으로 나타난 러브버그가 주변 지역으로 서서히 퍼져나간 것으로 본다. 러브버그는 생존력이 뛰어나 도심에서도 쉽게 번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승관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지난해 서울 은평구·경기 고양시 인근에서 많이 발생한 러브버그가 일부는 날아서, 차량 또는 지하철에 붙어 ‘히치하이킹’ 해 멀리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최근 러브버그가 서울 관악구와 경기 부천·과천시, 인천 등에서 목격되는 등 점차 남하하는 경향”이라며 “서울시 민원 접수 현황 등을 모니터링해 러브버그 출몰 지역을 계속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러브버그는 사실 어느 정도의 낙엽만으로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도심의 작은 공원이나 하다못해 가로수만 있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름철 방충용품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6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시민들이 방충제를 구매하고 있다.연합뉴스

여름철 방충용품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6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시민들이 방충제를 구매하고 있다.연합뉴스

신 교수는 2021년 은평구 방충 과정에서 사마귀 등 천적 개체수가 줄어 러브버그 애벌레가 대규모로 성충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러브버그 암컷 한 마리는 보통 300∼500개의 알을 낳는다.

전문가들은 러브버그가 사람에게 직접적인 해를 미치지 않고 오히려 환경 정화에 도움이 되는 익충(益蟲)이라며 무차별적인 방충 작업이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 연구관은 “주로 낙엽이 많이 쌓인 곳에 사는 러브버그 애벌레는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성충도 화분(꽃가루받이)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 입장에서는 해충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감안하면 무차별적 방충이 오히려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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