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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선 넘었다"…악명 높던 '푸틴의 요리사' 반란수괴로 전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반란 주동자로 전락했다.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24일(현지시간) 부하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진입했다.

그는 텔레그램에 올린 음성 메시지에서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에 진입했으며, 현재까지는 어떠한 저항에도 직면하지 않았다. 우리의 길을 막는 누구든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을 이끌고 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에서 싸운 인물이다. 하지만 최근 러 군부를 향한 불만이 쌓이면서 끝내 완전히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프리고진은 푸틴 대통령의 신임을 받던 최측근이었기 때문에 그가 진격 방향을 러시아 본토 쪽으로 바꾼 것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러시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계니 프리고진. UPI=연합뉴스

러시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계니 프리고진. UPI=연합뉴스

프리고진은 사기, 성매매 알선 등을 저지른 잡범 출신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 복역을 마친 뒤 식당을 차려 외식사업을 시작했다가 푸틴 대통령과 연이 닿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푸틴 대통령이 즐겨 찾는 식당을 운영하며 사업을 확장한 그는 푸틴 대통령의 만찬과 크렘린궁에서 열리는 연회까지 도맡으면서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2014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을 창설하면서 그는 본격적으로 러시아에서 세력을 형성했다.

바그너그룹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우크라이나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 친러시아 분쟁 등에 투입돼 전투 작전을 펼치며 러시아 정부를 도왔다.

시리아·리비아·말리·수단·중앙아프리카공화국·베네수엘라 등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독재자의 요청으로 내전에도 개입했다. 이 과정에서 고문과 학살 등으로 악명을 떨쳤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바그너 그룹은 발 빠르게 돈바스 지역에 병력을 배치했다. 프리고진은 전장에 등장해 직접 작전을 지휘했다.

특히 그는 최격전지가 된 바흐무트를 러시아가 장악하는 데 기여했다. 프리고진은 지난달 24일 바흐무트를 점령했다고 밝힌 뒤 러시아 정규군에게 이 지역을 넘기고 철수하는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바흐무트에서 격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프리고진은 러 군부와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프리고진은 국방부가 탄약을 지원하지 않는다며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쇼이구 장관은 지난 10일 모든 비정규군에 국방부와 정식 계약을 체결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바그너그룹을 포함한 의용 부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굴복시키기 위한 장치로 해석됐다.

푸틴 대통령도 국방부의 방침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프리고진이 ‘토사구팽’ 당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프리고진이 국방부와의 계약을 거부하며 갈등은 더욱 증폭됐고, 프리고진은 군사반란 위협을 가하다 러시아 당국의 체포 명령을 받았다.

결국 프리고진이 부하들을 이끌고 러시아로 방향을 돌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AP통신은 푸틴 측근들의 내분 속에서 프리고진이 결국 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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