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선데이 칼럼] 오염수 방류 임박, 총력 대응도 모자랄 판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45호 31면

한경환 총괄 에디터

한경환 총괄 에디터

‘후쿠시마발 시한폭탄’의 타이머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르면 이달 안에 내놓을 최종보고서에서 특별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으면 예고한 대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은 ‘처리수’) 방류를 곧바로 강행할 태세다.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앞서 지난 4월 오염수 해양 방류를 위한 1030m 길이의 해저터널 굴착을 완료한 뒤 6000t의 바닷물을 주입했으며, 이달 12일부터는 약 2주간의 일정으로 방류 설비 시운전에 들어갔다. 바야흐로 방류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물론 일본의 수산 및 관련 업계도 오염수 방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일본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라는 주장도 나온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염수를 ‘핵 폐수’라 부르며 방류 반대에 올인하고 있다. 하지만 IAEA가 공식적으로 반대하지 않고서는 윤석열 정부가 일본 당국의 오염수 방류 자체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이르면 7월 초 방류 시작할 수도
‘핵폭탄급’ 피해 눈앞에 닥쳤는데
정부·여당 대응 긴장감 안 느껴져
야당도 ‘괴담’ 안주하면 역풍 맞을 것

선데이 칼럼

선데이 칼럼

곧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한국 사회에는 핵폭탄급 재앙이 닥쳐올 수 있다. 2008년 광우병 사태 때처럼 어민들은 물론 수산, 유통 관련 업계 전체가 패닉에 빠져들 것이다. 당장 공포에 빠진 소비자들은 수산물에 대한 과도한 불신으로 한동안 횟집이나 수산시장을 기피할 것이다. 실질적인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물론 ‘정치적’ 반대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지속될 것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혼란이 벌어지고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

올해 들어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방안 등을 새로 제시하며 일본과의 화해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윤석열 정부와 여당 국민의힘으로서는 일본 정부의 방류를 용인했다는 원성을 덮어쓰게 돼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봉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2촛불시위와 정권퇴진 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질 수도 있다.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사태는 심각해지고 있다. 방류 우려로 최근 가격이 치솟은 데다 사기도 어렵게 된 천일염 수급난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등에는 벌써 손님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상인들이 많다. 게다가 일주일 후인 7월 초부터는 전국의 해수욕장들이 속속 문을 연다. 여름 한 철 장사에 목매고 있는 해수욕장 인근 상인들로서는 걱정이 태산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지난 20일 제주도 함덕, 강원도 경포 등 국내 대표 해수욕장 20곳에서 방사능 오염도 긴급조사를 하는 등 해수욕장 안전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걸로 불안을 모두 다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 전개가 뻔해 보이는 데도 정부·여당의 대응이나 대국민 설득 노력은 매우 한가해 보인다. 위기감이나 긴장감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야당의 공세가 아무리 저급하고 원색적이라고 해도 여당으로서 이를 무조건 제2의 광우병 괴담 기획, 가짜뉴스, 선전선동, 조작으로만 치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감정적으로 발끈해 맞서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차분히, 냉정하게 어떤 점이 그런지를 더 정확하고 쉽게 풀어 국민에게 설명하고 반박할 것은 반박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돌팔이’라고 강변하는 다수의 과학자·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당장에 ‘세슘 범벅 우럭’을 양산할 것이라는 주장은 기우라고 설명한다. 정부와 여당은 해양 방류 시 오염수의 희석 정도, 삼중수소 농도 예상치, 음식 방사선 피폭량, 천일염과의 상관관계 등 국민이 우려하고 있는 사항들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공개하고 설득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광우병 사태 때처럼 ‘정치’가 ‘과학’을 압도적으로 누르는 상황을 방치했다가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의 한·일 관계 정상화 노력은 국민 이익, 국가의 앞날을 생각하며 내린 고독한 결단”(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라는 데는 공감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로 정부가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를 쉽게 수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심어 줘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여당이 최선을 다해서 진정성을 가지고 철저하게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다는 인정을 국민 다수로부터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 총력전을 펼쳐도 모자랄 판이다.

야당은 정치적 이해에 입각한 공포 조장과 확대를 멈추어야 할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국면을 차지하기 위한 속셈은 잘 알겠지만 수산업계와 유통업계, 관련 요식업계와 소비자들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는 결코 자신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과학적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억지로만 일관할 경우 당장엔 정치적 이득을 볼 수는 있겠지만 결국엔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괴담에만 안주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것이다. 이성을 되찾길 바랄 뿐이다.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은 후쿠시마발 시한폭탄이 폭발하기 전에 일초일각의 시간을 아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금 당장이라도 전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