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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다리 난간 남성에…"야 이 XX야" 욕설한 어부의 기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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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전 7시 48분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주외동 한강 행주대교에서는 50대 남성 A씨가 한강 다리 난간을 넘어 다리에 걸터앉는 소동이 빚어졌다. A씨를 설득하고 구조하기 위해 경찰과 소방 등이 출동했다. 사진 행주어촌계

23일 오전 7시 48분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주외동 한강 행주대교에서는 50대 남성 A씨가 한강 다리 난간을 넘어 다리에 걸터앉는 소동이 빚어졌다. A씨를 설득하고 구조하기 위해 경찰과 소방 등이 출동했다. 사진 행주어촌계

 23일 오전 7시 48분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주외동 한강 행주대교에서 아찔한 소동이 빚어졌다. 50대 남성 A씨가 한강 다리 난간을 넘어 강을 바라보며 다리에 걸터앉았던 것.

경찰과 119 등에는 행주대교를 지나다 이를 목격한 많은 출근길 시민들의 신고 전화가 쇄도했다. 신고자 가운데는 한강 하구에서 조업하는 어부 박찬수(64·전 행주어촌계장)씨가 있었다. 그는 신고와 동시에 차를 도로에 잠시 정차시킨 후 A씨에게 “지금 뭐하는 거냐. 빨리 난간을 넘어와라”고 소리쳤다.

구조 신고 후 강으로 배 몰고 나가 설득      

 하지만 A씨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다급하다고 판단한 박씨는 A씨의 투신에 대비하기 위해 그대로 차를 몰고 내달려 자신의 0.7t 어선을 정박해둔 행주대교 아래 행주선착장에 3분 만에 도착했다. 곧바로 배를 몰아 300여 m 떨어진 한강 다리 아래로 향했다.

23일 오전 7시 48분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주외동 한강 행주대교에서는 50대 남성 A씨가 한강 다리 난간을 넘어 다리에 걸터앉는 소동이 빚어졌다. 사진 행주어촌계

23일 오전 7시 48분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주외동 한강 행주대교에서는 50대 남성 A씨가 한강 다리 난간을 넘어 다리에 걸터앉는 소동이 빚어졌다. 사진 행주어촌계

박씨는 이 순간 기지를 발휘했다. A씨에게 지금 당장은 좋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정신이 번쩍 들도록 해주기 위해 다짜고짜 큰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 박씨는 “야 이 XX야. 지금 다리에 걸터앉아 뭐 하는 거야. 빨리 다리 위로 올라가”라고 거듭해 소리쳤다. 이에 A씨는 대답은 하지 않고 가만히 앉은 채 저리 비키라는 듯 손만 내저으며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고 한다. 잠시 후 박씨에게 연락을 받은 동료 어부 한상원(64·행주어촌계장)씨도 자신의 어선을 몰고 다리 아래로 향해 추락에 대비했다.

이후 서울 강서경찰과 소방, 한강경찰대 구조선 등이 도착하고 경기 고양경찰과 소방 등도 연이어 현장에 다다랐다. 먼저 도착한 서울 경찰과 소방이 A씨에게 다가갔다. 이들은 먼저 A씨의 양팔을 붙잡고 뛰어내리지 못하도록 제지했다. 하지만 A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리 난간에 걸터앉은 채 올라가지 않으려고 버텼다.

23일 오전 7시 48분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주외동 한강 행주대교에서는 50대 남성 A씨가 한강 다리 난간을 넘어 다리에 걸터앉는 소동이 빚어졌다. A씨에 대한 설득과 구조를 위해 어선을 몰아 현장에 나간 어부 박찬수(전 행주어촌계장)씨. 사진 행주어촌계

23일 오전 7시 48분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주외동 한강 행주대교에서는 50대 남성 A씨가 한강 다리 난간을 넘어 다리에 걸터앉는 소동이 빚어졌다. A씨에 대한 설득과 구조를 위해 어선을 몰아 현장에 나간 어부 박찬수(전 행주어촌계장)씨. 사진 행주어촌계

결국 A씨는 난간에 걸터앉는 소동을 시작한 뒤 27분만인 오전 8시 15분쯤 경찰의 설득과 구조 도움으로 다리 안쪽으로 안전하게 넘어왔다.

어부 박찬수씨는 “생업도 중요하지만 사람 목숨이 우선”이라며 “A씨가 마음을 돌이켜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30년간 한강에서 조업 중인 박씨는 그동안 한강으로 떠내려온 10여 구의 시신을 발견해 신고했다. 고양경찰서 관계자는 “생업을 뒤로 한 채 목숨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어부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6일 오전 5시쯤에는 고양시 덕양구 한강 하류에서 장어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행주어촌계 어부 김홍석(65)씨가 한강에 뛰어든 후 가양대교 하류 어로 구역에 쳐놓은 그물의 스티로폼 부표를 밤새 7시간가량 붙잡고 있던 고등학생 A군(17)을 10여분간의 사투 끝에 구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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