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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강사 돈 너무 번다고 범죄라는 與...그런데도 입다문 野,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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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장 경제가 아닌 자유시장 ‘견제’ 아닌가”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학교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이철규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학교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이철규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최근 정부·여당의 행보를 놓고 온라인상에서 나온 비판이다. 사교육 업계를 압박하고 라면값 인하를 요구하는 등 여권의 행보가 ‘과도한 시장 개입’아니냐는 지적이다.

21일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초과이익은 범죄”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 총장은 “교육시장 공급자인 일부 강사들의 연 수입이 100억원, 200억원 가는 것이 공정한 시장가격이라고 볼 수 없지 않으냐”라며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주면서 그 피해를 바탕으로 초과이익을 취하는 건 범죄다. 사회악”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런 잘못된 시장을 바로잡아주는 것이 정부가 당연히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여권에선 ‘사교육 카르텔’을 겨냥한 발언이 쏟아졌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망국적 사교육은 일부 업계 종사자들의 배만 불릴 뿐, 학생들을 힘들게 하고 가정 경제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라디오에서 “특정 일타 강사들이 1년에 수십억도 아니고 수백억을 버는 현재 구조가 과연 정당하고 제대로 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사교육 논란 이전에도 최근 정부·여당이 업계에 직접 경고 메시지를 내는 일이 잦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18일 방송 인터뷰에서 라면 업계를 향해 “지난해 9~10월에 (가격을)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며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가격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앞서 2월에는 소줏값 인상 가능성에 대해 “세금이 올랐다고 주류 가격을 그만큼 올려야 하나”라면서 “주류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크게 오른 라면 값에 대해 ″밀 가격이 내린 것에 맞춰 (라면 값도) 적정하게 내릴 필요가 있다″며 압박에 나서자 라면 제조사들이 가격 인하에 나설지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2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의 모습. 뉴시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크게 오른 라면 값에 대해 ″밀 가격이 내린 것에 맞춰 (라면 값도) 적정하게 내릴 필요가 있다″며 압박에 나서자 라면 제조사들이 가격 인하에 나설지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2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의 모습. 뉴시스

지난 2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은행 금리 인하를 압박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2월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 고금리로 국민 고통이 크다”며 “‘은행 돈 잔치’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고,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에서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 같은 여권의 행보를 두고 당 내 일각에선 “자유를 강조해 온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사교육 겨냥 발언에 대해 “사교육 업계에서 강사들이 고소득자라고 공격하는 건 보수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정치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법조계 내부의 전관 예우 풍토, 연예인들의 수입에 대해서도 같은 비판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그러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런 움직임에 대한 공개 비판을 찾아보기 힘들다. “초과이익은 범죄” 발언과 ‘라면값 인하’ 요구로 논란이 불거진 이후 22일까지도 이를 지적한 공개 논평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그간 추진해 온 법안들이 ‘시장 개입’ 논란에 자주 휩싸였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3월 23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양곡관리법이 대표적이다. 양곡관리법에는 정부의 쌀 의무매입 규정이 담겼는데, 당시 여당은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도 즉각 거부권을 행사했다.

특히 ‘이재명표 법안’ 가운데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 대표가 지난해 대표 발의한 ‘불법사채무효법’은 야당 내에서도 “포퓰리즘성 법안”이라는 반발에 직면했다. 이 대표가 19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전세사기특별법의 보완대책으로 주문한 채권매입 방안도 학계에선 “임대차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법’도 추진했다.

전문가들은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경쟁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려 하면, 시장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별 가격 통제가 당장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나아지게 할 수 있으니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그런 안을 내놓는 것”이라면서도 “개별 상품 가격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는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특임교수는 “자유를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가 과도한 시장개입을 하면 민주당 정권을 교체하며 기대한 핵심 가치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이대로 가면 중도층 이탈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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