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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사업 쪼개 팔아라” EU 초유의 제재…셈법 복잡해진 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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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유럽연합(EU)이 구글의 디지털 광고시장 독과점 문제를 제기하면서 주요 사업 매각까지 언급했다. 과징금이나 시정명령을 부과하는 정도로는 구글의 광고 독점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구글이 일부 서비스를 매각해야만 경쟁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예비적 견해”라고 밝혔다.

플랫폼 놓고 나라마다 규제 접근 달라

반독점법 위반으로 주요 사업 매각이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대응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한국에선 공정거래위원회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플랫폼 규제를 논의해왔다. 22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최근 마지막 TF 회의를 끝으로 전문가 의견 수렴을 마쳤다. 규제 방식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독과점 우려가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지정해 의무를 부과하는 규제 방식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구글스타트업캠퍼스 입구에 부착된 구글 로고.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구글스타트업캠퍼스 입구에 부착된 구글 로고. 연합뉴스

온라인 플랫폼은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정책 논의의 중심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나라마다 보유한 회사와 이해관계, 시장 규모가 모두 다르다 보니 각자 셈법이 다르다. EU를 시작으로 독일과 영국 등이 규제 대열에 합류했지만, 미국과 대만 등은 규제보단 혁신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EU·영국·독일·일본 등 “규제 필요”

일단 EU는 디지털시장법(DMA)을 올해부터 시행하면서 검색엔진‧온라인광고‧오픈마켓‧SNS 등 분야별로 EU 내 연간 매출액 75억 유로(약 10조원)가 넘는 플랫폼을 지정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구글‧애플‧아마존‧메타‧왓츠앱 등이 대상이다. 지정이 이뤄지면 자사우대나 끼워팔기 등 행위가 제한된다. 정기적으로 EU 경쟁당국에 규제 이행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영국은 ‘디지털 시장, 경쟁 및 소비자법’ 입법에 들어갔다. 대형 플랫폼을 사전에 지정해 독과점 피해를 막겠다는 점에서는 DMA와 흡사하지만, 접근 방식은 다르다. 매출액 등으로 규제 대상을 일괄 정하는 게 아니라 영국 경쟁당국에 재량을 부여한다. 독과점 남용 우려가 실제 있는지가 기준이다. 영국 경쟁당국은 각 기업과 협의해 맞춤형으로 필요한 이행 의무만을 부과한다. EU가 ‘강성 규제파’라면 영국은 ‘중도 제재파’인 셈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독일은 한국의 공정거래법에 해당하는 경쟁제한방지법을 개정해 규제 플랫폼을 지정할 수 있게끔 했다. 현재까지 구글‧애플‧메타‧마이크로소프트(MS)가 사전 규제 대상으로 지정됐다. 플랫폼 규제에 있어 한발 물러나 있다는 평가를 받던 일본도 최근 참전했다. 최근 모바일 생태계 경쟁평가와 관련한 최종 보고서를 발표하면서다.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 인앱결제 의무에 문제가 있다는 게 주된 내용으로, 일본 정부는 이를 근거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미국은 규제 법안 전부 폐기

그러나 미국과 대만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대만 경쟁당국은 지난해 관련 보고서에서 “플랫폼 규제를 위해 기존 경쟁법과 다른 기준이 필요한지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나라에선 유럽 등의 규제와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EU가 시행하는 DMA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하는 등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강력한 플랫폼 규제를 추진하려던 미국도 현재는 관련 논의가 사그라든 상황이다. 미 하원에 발의된 ‘반독점 패키지’ 법안은 의회를 통과하지 못 하고 폐기됐다. 대형 플랫폼 대부분이 미국 기업이다 보니 제도화에 한계에 부딪힌 데다 규제보다 혁신을 통한 경제 활성화가 우선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다.

미 전문가 “혁신 중요하다면 규제 줄여야”

플랫폼 규제 효과를 연구하는 다니엘 소콜 미 USC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혁신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유럽은 기술 혁신이 지지부진하다 보니 자국의 이익을 위해 규제에 나선 것”이라며 “한국은 기술력이 있는 혁신적인 국가인데 규제를 서둘렀다가는 의도와 달리 기술 발전이 가로막힐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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