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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 월드비전·코이카, 기후 위기 속 케냐 난민촌에 ‘K-드림’ 심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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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면

‘가뭄 대응 역량 강화 사업’ 수행
수자원 시설 설치, 유지·관리 교육
가뭄 저항성 강한 목초지도 조성
난민·주민 3600명 이상 혜택 기대

월드비전은 한국국제협력단의 지원으로 케냐에서 통합적 가뭄 대응 역량 강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케냐 에스키리앗 마을에 형성된 자연자원관리위원회 소속 주민들이 파종 시범을 보이고 있다. 작은 사진은 물 키오스크 시설을 통해 마실 물을 얻고 있는 케냐 에스키리앗 마을 주민들과 가축. [사진 월드비전]

월드비전은 한국국제협력단의 지원으로 케냐에서 통합적 가뭄 대응 역량 강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케냐 에스키리앗 마을에 형성된 자연자원관리위원회 소속 주민들이 파종 시범을 보이고 있다. 작은 사진은 물 키오스크 시설을 통해 마실 물을 얻고 있는 케냐 에스키리앗 마을 주민들과 가축. [사진 월드비전]

“지원을 받으면서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는 법을 처음 배우게 됐어요. 수확물은 가족과 함께 먹고, 남은 것은 판매해 수입도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또 물탱크와 스탠드 파이프를 설치해 주신 덕분에 물을 쉽게 얻을 수 있게 돼서 일상이 좀 더 나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에티오피아에서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을 받던 아브리작(19세)은 부모님 및 8명의 형제자매와 함께 케냐로 이주했다. 소말리아 국경과 인접한 케냐 북동쪽의 다답(Dadaab) 난민캠프에 약 10년을 머물다가 더 안전한 환경을 찾아 2017년 칼로베예이에 왔다. “이 곳에 오기 전에 다른 난민촌에도 있었지만 이런 지원을 접해 본 적이 없어요. 닭 20마리와 씨앗, 농기구를 지원받았고 농사 기술도 배웠어요. 지금은 훈련받은 기술과 지원받은 자원들로 텃밭을 가꾸며 곡식과 채소를 얻고, 닭을 돌보며 달걀도 얻고 있습니다.”

난민과 수용공동체 주민 함께 지원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은 지역주민과 난민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기후변화로 심화되는 가뭄을 해결하고자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의 지원으로 통합적 가뭄 대응 역량 강화 사업(이하 K-드림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케냐 북서부 투르카나 주에 위치한 칼로베예이 난민 정착촌에서 지난해 2월부터 K-드림 사업을 통해 아브리작 가족과 같은 난민들뿐 아니라 난민들이 정착해서 사는 지역의 수용공동체 주민들도 함께 지원한다.

사업지역으로 선정한 칼로베예이는 심한 건조지역으로 주민의 72%가 빈곤 인구다. 수용공동체 주민 대부분이 유목생활을 하며 목축업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해왔는데, 지난 2017년 동아프리카 대기근 이후 가뭄이 반복되고 우기가 짧아지는 기후변화로 인해 빈곤과 취약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가뭄의 심화는 지역 내 수자원 공급 부족 문제를 악화시키며, 나아가 목축업 생산량 저하, 식량 불안, 소득 감소 등 각종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아브리작과 같은 난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인근에 있는 케냐 투르카나 부족민들이 사는 에스키리앗 마을에는 지난해 자연자원관리위원회가 형성됐다. 벤슨 에타보 자연자원관리위원회 대표는 “말라버린 땅을 개간하고 최근 월드비전에서 받은 가뭄 저항성 종자를 파종했습니다. 저희의 자산인 염소와 낙타들이 풀을 뜯어 먹으며 건강하게 자라기를, 또 남은 종자와 목초는 건조해 이웃들에게 판매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요”라며 파종하는 시범을 보였다. 이어 “5~6개월이던 우기 기간이 1990년대 중반부터 조금씩 줄더니 지금은 겨우 1~2개월 정도예요. 기온도 올라 흔하게 볼 수 있던 식물들도 많이 사라졌고요. 하지만 이제 가뭄 속에서도 목초가 자라기 시작했으니 마음이 든든합니다. 저희 마을을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고 전했다. 이들은 개간, 울타리 설치, 파종 등의 활동비의 일환으로 월드비전으로부터 일급을 지급받아 급한 생계 해결에도 보태고 있다.

“지역사회 회복력 키우는 것이 목표”

이처럼 코이카-월드비전 K-드림 사업은 2024년 말까지 저수지와 물 키오스크, 태양광 펌프 등을 설치해 안전한 수자원 공급 시스템을 구축하고, 각 시설을 유지·관리할 수자원관리위원회를 교육할 예정이다. 또한 농·목축민을 대상으로 기후 적응 농·목축업 기술 교육 및 관련 물품을 제공하고, 총 12만1405㎡(30에이커) 크기의 목초지 조성 및 자연자원관리위원회 대상 목초지 관리 역량 강화 활동을 실시한다. 이 사업을 통해 총 3600명 이상의 난민 및 수용공동체 주민들이 혜택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드비전 국제구호/취약지역사업팀 김신영 규정 준수 책임자는 “만성화된 가뭄이라는 재난 상황에 대응하는 지역사회의 회복력을 키우는 것이 이 사업의 최종 목표”라며, “수용공동체 주민들은 수원과 목초지를 찾아 유목하는 대신 정착해 안정적인 가정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고, 난민들은 외부 지원에 의존하는 대신 가뭄 속에서도 생산활동을 하며 주도적인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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