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I 헬런 기자 백악관 터주대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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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통령은 떠나도 헬런은 남는다."
현재 백악관 담당기사단 팀장인 UP1통신 헬런 토머스(70) 기자는 케네디 대통령부터 현재 부시대통령까지 일곱 번 주인이 바뀐 30년의 세월동안 백악관 기자실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오랫동안 금녀의 영역으로 존재했던 백악관 기자실과 통신기자가 되는 문을 여성에게 개방토록 하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한 토머스는 1920년 레바논 이민 출신 부모사이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재학 때 처음 언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그녀는 고학으로 웨인대학교 영문학부를 졸업한 뒤 워싱턴에 있는 UPI 전신인 UP지역 무선통신에서 기자생활을 시작, 60년 백악관 출입기자가 됐다.
그는 당시 퍼스트 레이디였던 재키 케네디의 주변 뉴스를 모으는 임무로 여기자에게는 성역과도 같았던 백악관에 출입하게 됐다. 그 후 퍼스트 레이디 전담기자를 계속하던 중 70년 행정담당 기자였던 메리먼 스미스의 죽음으로 그 자리를 이어 받았다.
이때부터 베트남 전쟁, 그레나다·파나마 침공, 최근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등 일련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백악관 측 반응이 그의 손을 거쳐 전 세계에 알려지고 있다.
75년 그는 여성 최초의 백악관 기자단 팀장으로 선출됐다. 그것은 남자기자들의 여기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대한 오랜 투쟁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다.
백악관 출입 초기부터 그는 도처에서 여기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부딪쳤고 이때 그것에 맞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와 동료 여기자들의 오랜 저항은 71년 여성에게 성역이었던 내셔널프레스클럽의 문을 열도록 하는 등 여성에게 폐쇄됐던 사회에 여성이 참여할 수 있게 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또 여기에 그 특유의 집요함과 열정이 큰 몫을 했다.
취재 때 그의 집요함과 열정에 대해 동료 기자들은 「진공청소기」에 비유하기도 하며 "어떤 경우에 누구와 만나든 떡고물이라도 챙긴다"고 그를 평한다.
이른 아침, 늦은 밤에도 백악관 기자실에서는 그를 자주 만날 수 있다. 작은 키, 낮고 거친 목소리에 활기 넘쳐 보이는 노 여기자 헬런 토머스는 백악관 기자회견 때 항상 첫 번째나 두 번째로 질문한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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