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 브랜드가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한섬의 캐주얼 브랜드 시스템·시스템 옴므가 ‘2024 봄·여름 파리 남성복 패션위크’에 참가한다. 프랑스 파리 마레 지구에 있는 한 학교 건물에서 22일(현지시간) 단독으로 컬렉션 발표를 한 뒤, 인근에 구매 상담이 가능한 쇼룸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본격 해외 공략 나서는 ‘K-패션’
시스템은 지난 2019년부터 10회 연속으로 파리 패션위크에 참가해왔다. 주로 디자이너 브랜드 위주로 진행되는 파리 패션위크에 토종 패션 브랜드로서는 최다 횟수다. 한섬은 이번 파리 패션위크를 전환점으로 삼아, 코로나19 기간 중 위축됐던 글로벌 도매(홀세일) 매출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시스템은 지난 몇 년간 파리 패션위크를 통해 프랑스 ‘쁘렝땅’ 등 해외 백화점과 글로벌 패션 온라인몰 ‘쎈스’ 등 20여 개국, 50여 개 패션·유통 업체와 도매 계약을 체결해왔다. 한섬 관계자는 “매 시즌 물량을 30% 이상 확대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도매 계약 업체를 기존 50여 개에서 100개까지 확대하고, 내년 해외 도매 수주액도 올해 대비 두 배 이상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 백화점 매출 1위, 가능성 증명했다
이달 21~25일 열리는 2024 봄·여름 파리 패션위크(남성복)에는 시스템을 포함해 총 5개의 국내 브랜드가 참여한다. 삼성물산이 전개하는 ‘준지’와 ‘우영미’ ‘솔리드 옴므’ ‘송지오’ 등이다.
솔리드 옴므는 21일(현지시간) 파리 팔레 드 도쿄에서 워크 웨어(작업복)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컬렉션을 선보였다고 이날 밝혔다. 23일에는 준지와 송지오가, 25일에는 우영미가 출격한다. 각 브랜드는 현지에서 컬렉션을 발표하고, 전 세계 유명 바이어들과 수주전을 펼칠 예정이다.
K-패션의 글로벌 공략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있다. 남성복 ‘우영미’는 지난 2020년 파리 ‘르 봉마르셰’ 백화점 남성관에서 쟁쟁한 글로벌 브랜드를 제치고 매출 1위를 기록해 K-패션 브랜드의 가능성을 증명한 바 있다. 지난 2006년부터 꾸준히 파리 패션위크의 문을 두드려온 ‘송지오’는 오는 8월 파리 ‘쁘렝땅’ 백화점에 입점한다.
미국·유럽 등 주요 국가로의 의류 수출액도 증가 추세다. 관세청 무역 통계에 따르면 직조 의류(HS코드 62) 기준, 미국·영국·프랑스·이탈리아로 수출한 의류가 2018년 5824만 달러(약 754억원)에서 지난해 8318만 달러(약 1077억원)로 42% 늘었다.
백화점 선 K-브랜드 ‘오픈런’도
그동안 ‘명품’ ‘신명품’ 등 수입 브랜드 모시기에 여념 없었던 국내 백화점도 달라지고 있다. 백화점 신흥 고객으로 떠오른 MZ세대 사이 K-패션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일 잠실 월드타워점에 국내 브랜드 ‘아더에러’를, 16일에는 본점에 ‘마뗑킴’을 입점시키는 등 K-패션 브랜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아더에러 오픈 당시에는 전날 오후부터 약 300명의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기 전부터 대기)’ 고객이 번호표를 받고 밤새 기다릴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끌었다. 해당 매장에서만 판매했던 단독 디자인 티셔츠 등 일명 ‘품절대란템’을 구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아예 K-패션 브랜드 ‘인큐베이터(육성소)’를 자청하고 나섰다. 지난달 말 온라인 수출 지원 플랫폼 ‘케이패션82’를 공식 오픈하면서다. 이달 기준으로 ‘비건타이거’ ‘티백’ 등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150여 개가 입점해 있다.
K-패션 플랫폼 ‘하고’를 운영하는 홍정우 하고엘앤에프 대표는 최근 K-패션 브랜드의 선전에 대해 “아무리 실력 있는 디자이너라도 규모가 작으면 브랜드를 성장시키기 어려웠던 과거와 달리, 온라인 유통이 발달하면서 작지만 힘 있는 K-브랜드가 다수 출현했고, 업계 전체가 성장하는 등 시너지가 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