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명품 저리가라" 하루 매출 6000만원…요즘 남자들 줄서는 브랜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4일 오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연 ‘MCMX떠그클럽’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는 전날 오후부터 화제가 됐다. 이튿날 문을 여는 팝업 스토어에 들어가기 위해 수십 명이 매장 앞에 장사진을 치면서다. 오픈 당일에는 100여 명의 인파가 대기 행렬을 이뤄 롤렉스·샤넬 등 명품 매장 앞의 뜨거운 ‘오픈런’ 열기를 연상시켰다. 이날 MCM과 떠그클럽이 협업한 데님 재킷과 팬츠는 약 2시간 만에 완전 품절됐다. 최근 공실률이 치솟으면서 부쩍 썰렁해진 가로수길엔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지난 24일 오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MCM 매장 앞 대기 행렬. 떠그클럽과의 협업 제품을 사기 위한 줄이다. 사진 MCM

지난 24일 오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MCM 매장 앞 대기 행렬. 떠그클럽과의 협업 제품을 사기 위한 줄이다. 사진 MCM

소셜에서 시작, 백화점 순회 나선 K-브랜드

27일 유통·패션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몰에서 출발해 백화점·플랫폼 등에 입점한 ‘K스트리트 브랜드’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고품질 원단과 개성 있는 디자인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콘텐트 역량으로 소셜미디어(SNS)에서 고객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떠그클럽(THUG CLUB)은 지난 2018년 조영민 대표가 만든 스트리트 브랜드다. 순수 국내 브랜드면서, 유명 힙합 가수 에이셉 라키 등이 입은 모습이 SNS에 노출되면서 화제가 됐다. 이후 국내 힙합 패션 마니아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백화점 팝업까지 진출했다.

지난 1월에는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서 일주일간 팝업을 열어 1억2500만원어치를 팔기도 했다. 첫날 매출은 6000만원을 넘었는데, 갤러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명품 브랜드의 주말 매출을 웃도는 수준이라고 한다.

지난 1월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에서 열린 떠그클럽 팝업 스토어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선 고객들. 사진 갤러리아 백화점

지난 1월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에서 열린 떠그클럽 팝업 스토어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선 고객들. 사진 갤러리아 백화점

또 다른 K-스트리트 브랜드 ‘언더마이카’도 최근 신세계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등을 순회하며 팝업을 열고 있다. 지난 2021년 12월 SSG닷컴에서 첫 선을 보였던 언더마이카 발마칸 코트는 발매 30초 만에 1억원어치 물량이 완판됐다. 구매자의 80%가량이 10~30대 고객이었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도 같은 발마칸 코트와 팬츠 등의 상품 2종을 프리오더(사전 주문) 방식으로 판매, 30초 이내에 완판을 기록했다.

억대 매출 기록, 명품 안 부럽네

언더마이카는 지난해 3월, 신세계백화점 본점에도 팝업을 운영했다. 6층 럭셔리 남성층에서 블루종 1종을 판매했는데, 당일 문을 열기도 전인 오전 9시에 번호표 배부만으로 준비 수량 모두가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다. 생소한 브랜드지만 디올·버버리 등의 명품 매장보다 북적여 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SSG닷컴에서 발매돼 30초만에 1억원의 매출을 올린 언더마이카의 발마칸코트. 사진 SSG닷컴

SSG닷컴에서 발매돼 30초만에 1억원의 매출을 올린 언더마이카의 발마칸코트. 사진 SSG닷컴

언더마이카는 지난달 24일 갤러리아 팝업을 통해 주말 사흘간 1억4000만원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팝업 스토어가 열리기 전날부터 제품을 사려는 고객들이 몰려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24일 오픈 당일에만 200명 이상이 몰렸다.

백화점 정장 대신 ‘셋업 맛집’ 

탄탄한 팬층을 기반으로 한 K-디자이너 브랜드의 약진은 스트리트 브랜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포터리’ ‘쿠어’ ‘어나더오피스’ 등 비즈니스 캐주얼 제품을 내는 브랜드에도 2535 직장인 남성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뿐 아니라 포터리, 쿠어 등 포멀웨어를 선보이는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도 주목받고 있다. 사진 무신사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뿐 아니라 포터리, 쿠어 등 포멀웨어를 선보이는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도 주목받고 있다. 사진 무신사

포터리는 최근 남성복 시장에서 신흥 강자로 떠오르는 브랜드다. 온라인 자사몰과 직영점으로 시작해, 신세계 센턴시티점에 매장을 내고 무신사 스토어에 입점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면서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140억원을 기록했다. ‘셔츠 맛집’ ‘셋업(상·하의 세트) 맛집’ 등으로 불리며 백화점 정장을 탈피한 2030 젊은 층에게 인기다. 특히 폭이 좁은 넥타이의 유행을 이끈 ‘포터리 슬림타이’는 무신사 스토어 입고와 동시에 전 색상 품절을 기록했다.

나만 아는 브랜드, 희소가치가 관건

이들의 공통점은 온라인 자사몰에서 성장, 입소문을 타고 백화점·플랫폼 등으로 확장하는 소규모 K-브랜드라는 점이다. 대기업에서 기획해 백화점 등의 유통망을 타고 대중에게 알려지는 기존 브랜드와는 출발선부터 다르다.

이들 브랜드의 성공 배경에는 자신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추구하는 젊은 층의 등장은 물론, 활발한 온라인 소통이 큰 역할을 한다. 패션 커뮤니티 등에서 정보를 교류, 드롭(한정판 제품 일시 판매) 날짜를 공유하고 리셀(되팔기)을 시도하기도 한다. 무신사 관계자는 “이미 잘 알려진 브랜드보다는 신선한 시도와 독창적 디자인을 선보이는, 일명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로 팬덤을 형성하는 것이 이들 브랜드의 주요 전략”이라고 말했다. 한 번에 몇 가지 품목만, 소량으로 입고·판매해 희소가치를 높이는 것도 특징이다.

백화점 입점 여부가 브랜드 성공의 척도로 여겨지던 업계 판도도 달라지고 있다. 오히려 백화점이 이들 브랜드에 러브콜을 보내고, 이렇게 신선한 브랜드도 입점하는 ‘힙’한 플랫폼임을 증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연예인 팬 사인회를 오듯 옷을 구경하러 오는 젊은 고객들로 화제성이 높을 뿐 아니라 매출로도 이어지고 있다”며 “향후에도 다양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발굴 및 유치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