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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서 만든 닭고기 美식탁 오른다…세계 두번째 시판 승인

중앙일보

입력

미국 정부가 실험실에서 만든 인공 고기인 이른바 ‘배양육’의 시판을 21일(현지시간) 처음 승인했다. 기존 축산업과 식품업계에 충격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과학적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농무부가 실험실에서 만든 배양 닭고기의 시판을 21일(현지시간) 처음 승인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배양육 스타트업 '굿 미트'의 배양 닭고기로 만든 요리의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농무부가 실험실에서 만든 배양 닭고기의 시판을 21일(현지시간) 처음 승인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배양육 스타트업 '굿 미트'의 배양 닭고기로 만든 요리의 모습. A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는 이날 업사이드 푸즈(Upside Foods), 굿 미트(good Meat) 등 2개 스타트업이 생산하는 배양육을 ‘세포 배양 닭고기(cell cultivated chicken)’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승인했다. 전 세계에서 배양육 시판을 허가한 나라는 싱가포르(2020년)에 이어 미국이 두 번째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이들 두 업체는 앞서 지난해 11월과 지난 3월 각각 세포 배양 닭고기의 판매에 필수적인 식품안전성을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았다. 업사이드 푸즈의 최고경영자(CEO)인 우마 발레티 박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승인은 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생명을 보호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큰 진전”이라고 환영했다.

배양육은 동물에서 채취한 세포에 물ㆍ소금ㆍ아미노산ㆍ비타민ㆍ미네랄 등의 영양소를 공급한 뒤, ‘바이오리액터(bioreactorㆍ생물반응기)’로 불리는 대형 탱크에서 세포를 증식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다진 고기 형태여서 햄버거용 패티나 소시지 등으로 가공하기가 용이하고 뼈나 깃털, 부리 등이 없기 때문에 도축할 필요도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알라메다의 배양육 회사 실험실에 세포 배양에 사용되는 '바이오리액터'가 설치돼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알라메다의 배양육 회사 실험실에 세포 배양에 사용되는 '바이오리액터'가 설치돼 있다. AP=연합뉴스

이번에 시판을 승인받은 두 업체는 샌프란시스코와 워싱턴의 협력 레스토랑에 배양육을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일종의 테스트 판매를 거쳐 상품성을 키우고 생산량을 늘려 시중에도 유통하겠다는 게 업체들의 복안이다.

시장조사업체인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배양육 산업은 지난해 기준 2억4700만 달러(약 3195억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2030년에 관련 시장이 250억 달러(약 32조3400억원)까지 커질 것(맥킨지 앤 컴퍼니)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150개 이상의 기업이 배양육 개발과 생산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고, 수십억 달러의 투자가 일어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식료품점 진열은 몇 년 뒤나 가능

다만 식품업계는 식료품점에서 이런 배양육을 구매하기까진 앞으로 수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와 같은 실험실 단위에선 대량 생산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어 ‘진짜 고기’에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닭고기 수준이 아닌 소고기와 같은 부가가치가 높은 육류의 경우 세포 배양이 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 배양육 개발을 지지하는 비영리 단체인 ‘굿 푸드 인스티튜트’의 브루스 프리드리히 대표는 NYT에 “(배양육이 비싼 것은) 신재생 에너지가 처음에 석유와 가스보다 비쌌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며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찾아서 저절로 팔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요리사 잭 틴달이 '굿 미트'의 배양 닭고기를 이용해 요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4일 요리사 잭 틴달이 '굿 미트'의 배양 닭고기를 이용해 요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배양육을 둘러싼 논쟁도 뜨겁다. “엄청난 토지와 물이 필요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가축 사육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지지 여론이 있는가 하면, “연구실에서 조합한 특정 단백질이 알레르기와 같은 인체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장기적인 연구 데이터 등 과학적인 안전성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축산업자들의 반발도 문제다. 관련 단체들은 배양육에 ‘고기(meat)’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도록 미 당국에 로비를 계속하고 있다. 이는 이번에 농무부가 ‘세포 배양 닭고기’라는 명칭으로 시판을 승인한 배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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