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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한국전 참전"…韓 대기업 입사한 '파란 눈' 신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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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데아마랄 대리의 외조부이자 한국전 참전용사인 故 윌리엄 로널드 크리스텐슨. 사진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 데아마랄 대리의 외조부이자 한국전 참전용사인 故 윌리엄 로널드 크리스텐슨. 사진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 서울 종로구 본사에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손자가 근무 중이다. 주인공은 이 회사에 8년째 근무 중인 게리 스티븐 데아마랄(32) 대리다. 데아마랄 대리는 “매년 6월이 되면 외할아버지가 늘 생각난다”고 말했다.

22일 CJ대한통운에 따르면 그의 외조부인 고(故) 윌리엄 로널드 크리스텐슨은 1950년에 미군에 입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9월 미 제8기병연대 소속으로 평산 운산전투에 투입됐고, 549일 동안 낙동강 방어선과 영변 등에서 치열한 전투를 치렀다. 운산전투는 당시 처음으로 미군을 비롯한 UN군과 중공군이 최초로 벌인 전투다. 제8기병연대 3대대는 특히 중공군의 포위 공격에 부대원 800명 중 600명이 전사 또는 실종되는 희생을 치렀다. 하지만 다행히 그의 외조부는 부상 등을 당하지 않고 휴전협정 체결 두 달 뒤인 1953년 9월 의정부에서 상병으로 전역해 이후 미국으로 돌아갔다.

1991년생인 데아마랄 대리는 외조부가 종종 “한국전쟁을 빨리 끝내지 못해 아쉽다” “다시는 전쟁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

그는 외조부뿐 아니라 주변엔 한국전 참전용사가 많았다고 했다. 어린 시절을 캘리포니아에서 살았던 덕이다. 그는 “할머니와 가까운 분들도 한국전 참전용사였고, 그중 한 분은 인근에 살면서 자주 한국 이야기를 나누셨다”며 “이 때문에 어릴 때부터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고, 커가면서 올림픽 한국대표팀과 메이저리그 추신수 선수 등을 보면서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글로벌사업개발팀에서 근무 중인 데아마랄 대리. 영어 만큼이나 한국어도 유창하다. 사진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 글로벌사업개발팀에서 근무 중인 데아마랄 대리. 영어 만큼이나 한국어도 유창하다. 사진 CJ대한통운

자연스레 그는 대학 졸업 후 한국에 가고 싶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수소문 끝에 한국전쟁기념재단에서 운영하는 장학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한국으로 유학을 오는 21개국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학비·기숙사비·생활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후 데아마랄 대리는 한국외국어대 대학원에 진학하며 한국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했다. 특히 2015년에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넥센 히어로즈의 시구자로도 나섰다. 2019년에는 참전용사 국제추모식인 ‘턴투워드 부산’, 2020년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에도 초청받았다.

CJ대한통운과의 인연은 2017년 시작됐다. 당시 2개월간 인턴으로 일했고, 이듬해 신입사원 공채를 통해 입사했다.

그는 현재 글로벌사업개발팀에서 근무 중이다. 글로벌 유명 타이어 기업과 식음료, 주류회사 등이 그의 고객사다. 영어만큼이나 한국어도 유창하다. 데아마랄 대리는 “2015년 이후 9년째 한국에서 머무니 한국인이 다 됐다”며 “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문화와 물류 비즈니스를 전 세계 다양한 직원들에 전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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