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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쌓은 탑, 4경기 만에 와르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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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4차례 A매치에서 무승에 그친 축구대표팀. 전문가들은 “감독 교체 후 과도기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뉴시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4차례 A매치에서 무승에 그친 축구대표팀. 전문가들은 “감독 교체 후 과도기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뉴시스]

축구대표팀이 부진의 터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감독·사진)에게 지휘봉을 맡긴 이후 A매치 평가전을 4차례 치렀지만 무승(2무2패)에 그쳤다. 3월 콜롬비아전(2-2무), 우루과이전(1-2패)에 이어 이번 달에도 페루전(0-1패)과 엘살바도르전(1-1무)에서 첫 승을 거두지 못 했다.

지난해 카타르월드컵 본선에서 세계적인 강국들과 경쟁하며 16강에 진출한 장면을 기억하는 축구 팬들에겐 반년 사이에 확 바뀐 상황이 황당하고 낯설다. A대표팀의 횡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감독 교체로 인한 과도기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엘살바도르와의 평가전은 최근 축구대표팀 부진의 요약판이라 할 만하다. 수비 기둥 김민재(나폴리)가 훈련소 입소로 인해 결장하고,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이 탈장 수술 여파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점을 고려해도 한 수 아래로 여긴 엘살바도르와 1-1로 비긴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 특히 일본에 0-6으로 졌던 팀과 무승부를 기록했다는 건 충격에 가깝다.

한국은 경기 내내 70%에 육박하는 볼 점유율을 유지하며 슈팅을 난사했지만, 단 한 골에 그쳤다. 반면 후반 막판 세트피스 수비 상황에서 집중력 저하를 드러내며 골을 내줬다.

위르겐 클린스만

위르겐 클린스만

전문가들은 클린스만호의 문제점으로 ‘디테일이 부족한 공격 전술’을 첫손에 꼽는다. 전임자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 시절엔 공격 패턴이 단순하되 명확했던 것과 달리 최근 A매치에서는 상대 위험지역에서 정교한 맛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K리그 A감독은 “하프라인 너머로 볼을 운반하는 과정은 눈에 띄게 빨라졌지만, 상대 골대 근처에서 선수들끼리 미리 약속한 플레이가 줄어든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주축 멤버들의 역할 배분 문제도 공격의 날카로움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엘살바도르전 전반에는 윙어로 나선 이강인(마요르카)에게 볼이 몰렸다. 중원에서 볼 배급을 담당하던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의 비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 후반 중반 손흥민(토트넘)이 그라운드에 들어온 이후엔 이강인을 거쳐 가는 패스가 줄었다. 특정 선수 위주로 볼이 쏠리는 현상이 공격 루트를 단조롭게 만드는 부작용으로 이어진 셈이다.

외국인 코치들이 A매치 기간에만 한국을 찾는 시스템을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클린스만 감독은 전술가라기보다는 팀 전체를 아우르는 매니저 유형의 지도자다. 감독 본인도 “내가 전술적으로 해박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다. 다만 나와 함께 하는 코치들은 모두가 스페셜리스트들이다. 그 부분은 믿어도 좋다”고 강조한다.

전술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코칭스태프가 수시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살필 기회가 많아야 하는데, 유럽 각지에 흩어져 있다가 A매치 때만 모이는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난 16일 페루전(0-1패) 수비라인 운용이 대표적인 예다. K리그 측면 수비수 중 공격 가담에서 톱클래스로 평가받는 안현범(제주)을 기용하고도 오버래핑을 자제시키는 장면이 논란이 됐다. 한 축구인은 “안현범이 가진 장점을 100% 활용할 수 없는 방식이었던 건 분명하다”면서 “외국인 코치들이 국내에 상주하기 어렵다면 A매치 데이 기간만이라도 오래 머물면서 한국 축구를 익히도록 축구협회가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클린스만 감독은 22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 최근의 부진한 성적에 대해 해명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A매치 직후에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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