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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尹, 오염수 괴담에 "소금 사재기 부추기는 세력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과 관련한 국내 천일염 품귀 현상에 대해 “소금 사재기를 부추기는 세력이 있다”고 말했다고 20일 여권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지난 19일 프랑스·베트남 순방을 떠가기 전 가까운 참모와 방류 이슈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은 “정치·사업적 목적을 갖고 소금 사재기를 부추기고 선동하는 세력이 있다”며 “국민에게 불안 심리를 부추겨서 정부를 원망하게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심리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 그 이면까지 잘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로 당부했다고 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는 국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이다. 이에 정부는 과학에 근거한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국민에게 제공하는 동시에, 이를 왜곡해 괴담을 퍼뜨리거나 국민 공포감을 돈벌이 수단으로 하려는 이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이를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소금 사재기 이슈가 수산물 기피로 이어져 어민과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윤 대통령의 인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31일 부산 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부두에서 열린 제27회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31일 부산 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부두에서 열린 제27회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천일염 방사능 검사를 286회 실시했는데, 방사능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이슈를 이용해 소금 구매를 유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16일 네이버나 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4건의 관련 사례를 확인하고서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해당 판매자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소금이 오염된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기정사실로 해 불안감을 조장했다고 소비자원은 전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 계획을 밝힌 뒤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진 탓에 최근 소금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마트나 롯데마트 대형 마트에서는 이달 들어 소금 매출이 최대 120% 가까이 급증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치적 목적이나 개인적 영향력 과시를 위해 과학적 사실을 공개적으로 왜곡하면서 과도한 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우리 수산업계와 관련 요식업계의 피해를 스스로 가중시키는 자해행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오염수가 방류되면 소금이 오염된다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괴담성 정보에 현혹되는 일이 없기를 당부드린다”(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 19일 브리핑)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악수한 뒤 이 대표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악수한 뒤 이 대표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은 충돌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방류 문제에 대해 “가짜뉴스, 조작과 선전선동, 근거 없는 야당 비난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 정부가 직접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 강연에서 “삼중수소는 소금에 남아있지 않다”며 “삼중수소는 물인데, 물 증발할 때 같이 증발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공세 수위를 더욱 높였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에서 “오염수에 문제가 없다면 일본 정부가 일일 브리핑을 해야 하는데, 왜 옆 나라 한국이 일일 브리핑을 하면서 일본 대변인 노릇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같은 당 윤재갑 의원은 국회 본청 앞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를 촉구하는 단식에 돌입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일 당 간담회에서 “앞으로 일본 핵오염수 해양투기가 현실화한다면 그 시점 이전의 소금과 그 이후에 생산된 소금 가격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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