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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이재명 대국민사과부터” 야당 “협치 의지 안 보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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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20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친 후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20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친 후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전날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만시지탄이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선결해야 할 일이 있다. (지난 대선 때)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해 놓고 손바닥 뒤집듯 그 약속을 어긴 점을 국민께 정중하게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이 대표는 약속을 어떻게 지킬지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하라”고도 했다.

김 대표는 이 대표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를 만난 것을 거론하며 “야당 대표라는 분이 중국대사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훈계를 듣고 오는 것은 외교가 아니라 굴종적 사대주의”라고 했다. 또 이 대표가 전날 윤석열 정부를 맹비난한 것을 두고 김 대표는 “사법 리스크, 돈봉투 비리, 남 탓 전문, 말로만 특권 포기 등 ‘사돈남말’ 정당 대표로 하실 말씀은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전날 오전까지만 해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직접적 비판보다는 정치쇄신안 제안에 집중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를 향해 “압·구·정(압수수색·구속기소·정쟁) 정권” “5포(민생·경제·정치·외교·안전 포기) 정권”이라고 비판하자 이 대표 주장을 세세하게 반박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실제로 김 대표는 약 50분 동안 연설하면서 ‘민주당(20회)’ ‘문재인(8회)’ ‘이재명(3회)’ 등을 수차례 거론하며 야당 비판에 주력했다. 국민의힘은 연설 도중 5차례 박수를 쳤지만 민주당은 야유를 보냈다.

김 대표는 ‘정치쇄신 3대 과제 공동서약’을 야당에 제안했다. ▶의원 정수 30명 축소 ▶국회의원 무노동·무임금 제도 도입 ▶불체포특권 포기가 골자다. 그는 “주권자인 국민이 국회의원 정수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정치 과잉 때문”이라며 “의원 숫자가 10%(30명) 줄어도 국회는 잘 돌아간다. 감축에 나서자”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 출신 김남국 무소속 의원처럼 무단결근을 해도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는 직장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국회의원이 출근을 안 하고 일을 안 하면 월급을 못 받게 하는 ‘무노동·무임금’ 제도를 도입하자”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야당의 답을 기다리겠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또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국내에 거주 중인 중국인 약 10만 명에게 투표권이 있었는데,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에게는 참정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며 “왜 우리만 빗장을 열어줘야 하느냐. 우리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이 공정하다”고 주장했다. 싱 대사의 “중국이 지는 쪽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이라는 등의 발언으로 커진 반중 정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의 개혁과제에 대해서는 강한 추진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노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공정채용법을 추진하겠다”며 “공공기관이 특정 이념과 정파적 이익에 휘둘리고 있다. 공공 부문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야당 비난에 휘둘리지 않겠다. 우리 정부가 직접 철저하게 검사하고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 대표는 연설 내내 ‘내로남불’로 일관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독주를 옹호했다. 야당에 대한 협치 의지나 국민에 대한 공감, 국정에 대한 책임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강원도 철원군 육군3사단 백골부대를 방문해 “여름과 겨울철 군 장병의 복무환경 개선을 위해 얼음정수기를 부대에 보급하고, 방한복을 개인별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국민의힘이 주력하고 있는 청년 정책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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