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졸업생 연봉 공개하면 된다"…尹 '대학 개혁' 주문에 KDI 제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학 개강일인 지난 3월 2일 오전 경상도의 한 대학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학은 올해 정시 모집에서 8개 학과의 지원자가 0명이었다. 연합뉴스

대학 개강일인 지난 3월 2일 오전 경상도의 한 대학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학은 올해 정시 모집에서 8개 학과의 지원자가 0명이었다. 연합뉴스

입학만 하면 장학금·아이패드를 쥐여 주겠다는 대학, 그런데도 신입생 미달로 불 꺼진 강의실과 학생회관, 썰렁한 대학 근처 식당가….

지난 3월 중앙일보가 스케치한 경북·전북의 지방대 캠퍼스 현주소다. 인구가 줄면 더 많은 대학이 겪게 될 미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수능과 관련해 “교육 수요자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공급자인 대학이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대학 구조개혁을 주문한 배경이기도 하다. 때마침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일 발간한 ‘수요자 중심의 대학 구조개혁’ 보고서에서 대학 개혁의 방향을 제시했다.

KDI는 대학의 위기가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고 전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신입생 충원율(모집정원 대비 신입생 비율)은 96.3%다. 경남(87.5%)·강원(90.3%)·전북(91.8%)·경북(91.9%) 같은 지방은 10명 중 1명꼴로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2021년 142만명인 4년제대 재학생 수가 2045년 69만~83만명으로 반 토막 날 예정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KDI는 대학 구조개혁이 시급한데도 김대중 정부(1998~2003년) 이래 계속된 대학 구조조정은 ‘한계’에 부닥쳤다고 진단했다. 정부 주도로 재정 지원과 연계해 대학 정원 감축을 유도해왔지만 ▶정치적 고려에 따라 정원 감축 대상 대학을 대폭 축소하거나 ▶등록금부터 학생 선발, 학사 관리까지 규제를 통해 대학 자율을 침해하며 정부 의존성을 높였고 ▶미래 수요가 늘어날 전공 분야 판단을 정부가 독점하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KDI는 정부가 강제하지 않아도 대학 스스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교수진을 구조개혁의 걸림돌 ‘1순위’로 꼽았다. KDI가 지난해 교수 171명을 설문한 결과 60%가 “정원 구조조정이 순조롭지 않다”고 답했는데, 그중 82%가 “교수 반발”을 이유로 꼽았다. 고영선 KDI 선임연구위원은 “교수 사회를 설득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대학 경영진의 역할이 미흡해 구조개혁이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KDI는 대학 구조개혁의 주체를 공급자(교육부·대학)가 아닌 수요자(학생)로 돌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장의 근거로 ▶학생은 정부와 달리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롭고 ▶대학이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변하도록 할 수 있고 ▶전공 조정 시 과잉·과소 공급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KDI는 수요자를 위해 개별 대학·학과에 대한 정보 제공부터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취업의 질을 따지기 위해 ‘졸업생 연봉’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영선 위원은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대학마다 졸업생 연봉 정보를 파악하고 있고, 2018년에 공개 방침까지 밝혔는데도 (공개가)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 알리미’를 통해 한 번에 다섯 개 대학까지만 비교할 수 있는 취업률은 물론 교수 연구실적, 산학협력 실적 등 정보를 전국 대학끼리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