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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선정때 소아·중증 응급환자 진료 실적 반영, 내년부턴 소아 입원 거부 안 돼

중앙일보

입력

서울의 한 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119 구급대 앰뷸런스가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119 구급대 앰뷸런스가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4년 뒤 6기(2027~2029년) 상급종합병원 선정때 소아 환자와 중증 응급환자를 얼마나 보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릴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선정 지표에 중증 응급 및 소아 응급 진료 실적을 반영하기로 했다. 당장 5기(2024~2026년) 상급종합병원들은 지정된 후로도 소아과, 산부인과 환자 입원이 언제나 가능하도록 진료 체계를 갖춰야 한다. 위반 시 지정 취소에 이를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상급종합병원 지정계획을 공고한다고 20일 밝혔다. 상급종합병원은 20개 이상 진료과와 중환자 치료 등에 필요한 인력, 시설 갖춘 종합병원을 말한다. 2011년부터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등을 거쳐 3년마다 지정하고 있다. 올해까지인 4기는 전국 45개 병원이 지정됐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면 일반 종합병원보다 수술·처치·검사 등의 수가(의료서비스가격)가 5% 포인트 올라 30%를 적용받는다. 많게는 1000억원 정도 가산되는 것으로 의료계는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필수의료와 소아 진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기준을 높이고 신설했다.

먼저 당장 5기에 적용되는 절대평가에서 ▶전문진료질병군 환자 30%→34% 이상 ▶단순진료질병군 환자 14%→12% 이하 ▶의원 중점 외래질병 환자 11%→7% 이하 등으로 기존 기준치를 강화했다. 전문 진료를 늘리고 단순 질병과 의원서 담당할 외래질병 환자는 줄여 상종 본연의 역할 강화하라는 취지다. 절대평가는 7개 영역으로 구성되는데,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하나라도 미충족하면 탈락한다.

절대평가를 통과하면 거쳐야 하는 상대평가 요소도 강화했다. 상대평가 점수에 따라 병원들 나래비를 세워 최종 상급종합병원이 결정된다. 먼저 전문진료질병군 환자 비율이 당초 44%에서 50%는 돼야 만점 받을 수 있게 했다. 의원 중점 외래질병 환자 비율은 11% 이하 만점에서 7% 이하로 바꿨다. 경증회송률이 신설돼 병원 찾은 의원중점외래질환 환자 중 3% 이상 회송시키면 만점을 받는다.

이밖에 ▶입원환자전담전문의(300병상당 1명) ▶중환자실 병상확보율(10% 이상) ▶음압격리병실 확보율(1% 이상) ▶코로나19 참여 기여도 지표를 신설했다.

지정 후로도 병원들이 지켜야 할 준수사항이 추가됐다. 내년 1월부터는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진료과목은 상시 입원환자 진료체계 갖춰야 한다. 지속적으로 입원 진료 실적을 평가하고 위반 시엔 지정 취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응급실을 돌다 사망하는 사고 등을 줄이기 위한 취지다.
박미라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입원이 필요한 환자가 있는데도 다른 병원으로 안내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했다.

2027년 이뤄질 6기 지정 때 본지표로 반영될 예비지표도 공개됐다. ▶소아 중증응급환자 진료 ▶중증응급환자 진료 ▶응급환자 최종 치료 제공률 등이다. 소아 중증응급환자와 그 외 중증응급환자를 얼마나 수용해 진료하는지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예비지표는 본지표 반영에 앞서 해당 지표가 평가 지표로 적정한지 보기 위한 것이다.

당장 5기 지정 때는 반영되지 않지만, 2027년 절대평가나 상대평가에 적용돼 당락을 좌우할 변수가 될 수 있다.

김성중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병원장들이 소아, 중증응급환자에 더 관심을 가지라는 취지”라며 “상급종합병원들이 외래 중심에서 응급, 중증외상환자 같은 다른 병원에서 보기 힘든 환자를 보는 패러다임으로 바꿔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원들은 그러나 “나아갈 방향은 맞지만, 병원 경영에 부담이 될 것이고 인력 배치에도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입장이다. 평가 지표만 강화할 게 아니라 전반적인 환자 인식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지정계획을 30일부터 복지부 홈페이지에 공고한다. 지정을 원하는 병원들은 복지부에 7월 1~31일 우편 또는 전자우편으로 신청할 수 있다. 올해 12월 말 선정·발표할 계획이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국장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진료뿐만 필수의료 제공 등 지역사회 내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정기준을 개선·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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